봄은 남녘에서 온다.

제주의 푸른바다는 봄이 되면 청옥빛으로 더욱 빛나고 얼었던 대지는
노오란 유채꽃으로 현란하게 채색된다.

제주의 봄은 한라산중턱에 피는 복사꽃과 개나리가 가장 먼저 알려준다.

이어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4월초부터 진달래꽃이 한라산을 붉게 물들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채꽃이 온 들녘을 샛노랗게 덮고 짙은 향기를 뿜을때
제주의 봄은 절정을 이룬다.

<> 유채꽃명소 =유채꽃은 3월말부터 피기 시작해 5월초까지 간다.

올해는 3월중순부터 피기 시작했고 유채꽃과 유사하지만 조금 일찍 피는
배추꽃 갯나물꽃은 이미 만발, 성급한 상춘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제주도의 유채꽃 재배면적은 80여만평.

그래서 제주도의 해안지역과 중산간마을 어디를 가도 유채꽃을 쉽게 발견
할수 있다.

그러나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론 제주 동쪽 성산 일출봉
주변과 서귀포 근방의 산방산 용머리해안일대가 꼽힌다.

이 곳에서는 무한대로 펼쳐진 유채의 물결을 만날수 있으며 그 가운데서
알록달록한 옷차림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나 관광객들을 바라보면
봄내음이 물씬 느껴진다.

성산일출봉은 높이 182m에 3만여평의 왕관같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산읍 고성리에서 모래로 간신히 이어진 50m의 길을 걸으면 마치 잠자리
머리처럼 기어나온 성산마을이 있고 이 일출봉기슭에서 완만한 타원을
이루며 신양리섭지코지(곶)까지 연결된 5,000m의 아름다운 해안선은 너무
아름답다.

섭지코지는 푸른바다를 앞으로 드넓은 초지로 형성돼 있다.

이 일대는 소나무 팽나무 아카시아나무들이 운집해 있어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데 특히 3~4월께 유채꽃이 필 무렵이면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또 서귀포에서 남원을 지나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의 제1우회도로
표선~성산구간(16km)은 도로주변 곳곳에 유채꽃이 만발, "유채꽃융단"위를
달리는 듯한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즐길수 있다.

산방산은 성산일출봉과 같은 기생화산으로 경치가 빼어나고 신비스런
분위기가 서려 있어 유채꽃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꼭 가볼만한 곳이다.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서 옮겨놓은 곳이 산방산이고 그 뽑힌 자리는
백록담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해발 395m의 거대한 한덩어리의 돌산으로 암벽에는 풍란 석란과 같은
진귀한 식물들이 자생한다.

중턱에는 천연동굴이 있고 이 속에는 고려시대에 세워진 산방굴사가 있다.

여기서 용머리해안과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거기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사이를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듯 유채꽃의
물결이 출렁거리면 마음도 온통 노랑색으로 물든다.

<> 유채꽃축제 =유채꽃축제는 올해로 14회째를 맞지만 제주도의 대표적인
봄꽃인 유채화재배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

현재는 기름을 짜는 용도론 거의 쓰이지 않고 어린 잎을 따서 먹거나
관광객이 사진촬영을 할때 밭주인이 500원씩 받아 수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남제주군(30-1530)은 유채꽃축제를 제주의 본격적인 봄축제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금년에는 행사장도 이원화하고 행사기간도 2배로
늘린다.

축제일은 내달 19일부터 24일까지 장소는 산방산부근인 송악산일원과
제주시 해변공연장으로 정했다.

인기연예인 축하공연과 국악한마당, 교향악축제, 도민노래자랑, 제주갈옷
패션쇼, 신혼의밤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부대행사로 비디오촬영대회, 내고향장터, 봄산품전시회도 연다.

한편 제주시 전농로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는 4월4~6일, 올해로 2회째가 되는
고사리꺾기대회 (남제주군 안덕면 광평리)는 4월27일 열린다.

<> 분재예술원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중문단지에서 20분거리)에 있는
분재예술원은 세계최대규모의 분재전문공원으로 "봄"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곳이다.

1만여평규모의 이 공원에는 30년에서 250년된 희귀수목 100여종과 2,000여
점의 분재들이 제주특유의 돌담및 연못 인공폭포등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00년생 해송 매화 모과나무와 250년된 개불나무
산당화등이 있는데 고목에 핀 새순이나 꽃은 신비감과 신선감을 불러
일으킨다.

<> 별미 =제주도는 섬인 만큼 당연히 횟거리가 많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금바리"를 최고로 친다.

몸통에 줄이 다섯개가 나 있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다금바리는 열대어로
20m내외의 심해암초밑에서 산다.

이 생선은 양식이 되지않는데다 낚시로도 잘 잡히지 않아 일반횟집에서는
구경하기 힘들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다 희귀성이 가미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야 소량 잡히는 다금바리는 호텔제주신라 일식당
"일출"이나 서귀포 부두가에 있는 동해미락(33-5921), 진미식당(94-0033)등
전문식당에서 맛볼수 있다.

< 노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