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정부의 제2차 중소기업 대책회의는 중기청 출범이후
첫 회의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인력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날 회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개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이 문제가 부처간 이견으로 오랫동안 시행이 유보돼왔던 만큼
중기청의 조정능력이 일단 평가받게 된 셈이다.

산업기능요원제도 개편의 골자는 병역법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보충역
대상자의 산업기능요원 근무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공익근무 요원과 같이
28개월로 단축하고 기술자격 요건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그동안 보충역 대상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지난해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으로 배정된 1만2,500명중 실제로 편입된
보충역은 14.4%인 1,801명에 불과했다.

결국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산업현장은 1만명이 넘는 기술자들을 놓친
결과가 됐다.

따라서 이번에 보충역 대상자가 스스로 공익근무 요원보다 산업기능 요원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데 제도개선의 초점을 맞춘 것은 이 제도의 취지를
생각할때 적절한 방향설정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정도의 제도개선으로 효과를 기대
하기에는 오늘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너무 심각하다는 점이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현재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8%(12만명)대로서
대기업의 4배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보다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첫째 인력개발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일이 급선무다.

현행 체계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력을 충분히 배출해낼수 없을 뿐더러
우수인력이 중소기업에 까지 제대로 공급될 수도 없다.

기능계와 기술계로 2원화돼 있는 국가기술 자격체계를 기능중심으로 개편
해야 하며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의 학생선발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

또 노동부와 교육부로 나뉘어져 있는 인력개발관련 행정기능을 한 곳으로
합치는 것도 필수적이다.

둘째 여성 고령자등 유휴인력의 활용도를 높일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 만큼만 유휴인력을 활용한다면 당장 170만명 정도의 인력이
추가로 공급될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마찰적 실업을 감안하면 인력은 이미 완전고용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현재
생계곤란을 이유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유휴인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취업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결국 노동시장의 2중구조를 해결하려는 우회적 발상이 필요하다.

요컨대 인력난은 모든 경제-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해결책 역시 경제-사회 정책과의 연관 속에서 찾아져야 한다.

지엽적이거나 임시변통적인 대책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