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함께 법정에선
가운데 열린 12.12및 5.18사건 첫공판은 재판초부터 검찰과 변호인단이
사건의 성격 등을 놓고 팽팽한 샅바싸움을 전개, ''세기의 재판''임을
실감케했다.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유례없는 사법적 심판이 열린 법정안에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이틀동안 밤을 새워 어렵게 방청권을 구한
시민들과 피고인들의 가족 친지 기자 등 2백20여명이 숨을 죽인채 역사적
공판을 지켜봤다.

<>. 오전 10시2분, 재판장인 김영일 부장판사는 ''96고합 반란수괴''등
4개의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겠다며 ''피고인 전두환''을 호명하면서 공판이
시작됐다.

옅은 청회색 점퍼 차림에 오랜 단식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듯 건강한
모습의 전씨가 가볍게 재판부를 향해 목례를 한 뒤 법정에 들어섰다.

이어 호명된 노씨는 재판부에 목례도 하지 않고 곧바로 전씨 바로 옆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두사람은 어색한 표정으로 수인사를 하면서 짧은 귀엣말을 나눈뒤 고개를
돌렸다.

다음으로 호명된 황영시 피고인이 노씨의 옆에 나란히 서자 역시 노씨는
황씨의 손을 또 쥐어주었다.

''힘을 내 잘해보자''는 굳은 의지를 담은 손길인 듯 보였다.

<>.전.노씨에 이어 유학성 당시 군수차관보, 황영시 1군단장, 최세창
3공수여단장, 박준병 20사단장, 장세동 수경사30경비단장 등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들이 연이어 입정해 "별들의 재판"임을 실감케 했다.

이들은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일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특히 장병주 특전사령관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장사령관의 비서이자 자신의
절친한 동기생인 김오랑 소령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종규 3공수여단
15대대장은 인정신문에서 마치 훈련병 이관 등 성명을 대듯 큰 소리로
대답해 재판장으로부터 "목소리를 낮추라"라는 주의를 받기도.


<>.검찰측의 공소요지 낭독이 끝난 오전 10시25분경 예상했던 대로 전상석
변호사가 재판부에 변호인의견 진술을 요구했다.

재판부의 허락을 받은 전변호사는 "5.6공의 정통성이 부정되서는 안되며
검찰의 수사는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공소장의 문제점을
1시간30분여 걸쳐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전씨의 진술이 이외로 길어지자 이 사건 주임검사인 김상희 서울지검 형사
3부장은 "검찰의 직접 신문에 앞서 변호인측이 장황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재판부에게 예단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제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장이 "변호인단의 주장이 공소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니 계속하라"며 검찰측의 요청을 묵살.

이에 따라 오전재판에서는 검찰의 직접 신문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오후 2시30분부터 속개된 오후 재판에서도 전변호사에 이어 노씨측
변호인인 한영석 변호사 등이 계속해 의견을 진술하고 검찰측에서도
변호인단의 "김빼기작전"에 맞서 의견개진을 하는 등 한동안 양측이
"신경전"이 지속돼 당초 오전부터 개시될 예정이었던 검찰측 직접신문이
오후 3시20분경이 되서야 시작됐다.

<>.오전 재판이 끝난 직후인 오전 11시55분경.

지난 91년 시위도중 사망한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가 "전두환 노태우
***들. 너희들이 아직도 스타냐. 너희들은 민족의 반역자다. ***들
꺼져라"고 욕설을 퍼붓자 강씨의 옆에 앉아있던 전씨의 둘째아들 재용씨가
주먹으로 강씨의 목을 때려강씨가 쓰러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우리의 현대사의 어두운 한 담면이 재현된듯 했다.

또 이과정에서 5.6공 관련 인사들이 "저**,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라며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일순간 법정은 5공세력의득세 분위기로 돌변.

이날 법정에는 이원홍 전문공장관, 김진영 전육참총장, 이필섭
전합참의장, 최석립 전경호실장, 노씨의 비서관인 박영훈씨 등 5.6공
인사들이 대거 방청했으며 이들중 누군가는 강씨를 가리켜 "법정이야,
법대로 해"라며 위협적으로 말하기도.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