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반 키엠(50).

베트남에서 가장 돈 많은 기업인이다.

후이호앙사의 사장인 그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본인외에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베트남의 민간기업인중 최대부자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달 그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영국의 최고급승용차 롤스로이스를
구입했다.

세금까지 합해 이 대형리무진을 구입하느라 지불한 돈은 50만달러.

우리의 자본주의시각에서 보면 그리 큰 돈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연간 1인당국민소득이 200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키엠사장이 왜 베트남 최고갑부로 꼽히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키엠사장은 롤스로이스말고도 이미 벤츠자가용을 4대나 갖고 있다.

왜 이렇게 외제 고급승용차를 5대씩이나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한참 머뭇거린후 튀어나온 답변은 가족들을 편안하게 해변에 데려가기
위해서란다.

돈은 넘치고 넘치는데 쓸데가 없다는 투다.

그가 오늘날 베트남 최고의 민간기업인이 될수 있었던 토대는 10여년전인
지난 80년대초에 마련됐다.

당시 그는 교통부의 고급관리였다.

이때 화학자로서 역시 공무원이었던 그의 부인이 천연고무 씨앗으로부터
공업용 페인트분말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부업으로 이 페인트를 제조 판매했다.

그러나 장사가 기대이상으로 잘되자 공무원생활을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몇년간 충분한 자금을 모은후 지난 89년에 지금의 후이호앙사를 설립했다.

후이호앙사는 의류에서부터 건설 발전기등 여러업종을 취급하는 일종의
복합기업이다.

그의 사업은 거칠것 없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회사매출은 8배로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4,000만달러로 베트남에 있는 민간기업중 최대였다.

올해엔 그 2배인 8,000만달러를 너끈히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키엠사장은
낙관하고 있다.

그의 사업이 이렇게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은 그가 남다른 "비결"을 하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정부와의 끈끈한 관계".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국가에서는 흔한 현상인 소위 정경유착이
키엠사장의 성공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는 오랫동안 중앙부처에서 공무원생활을 했던 덕에 정부 각 부처에
많은 줄을 갖고 있다.

올해 회사매출이 지난해의 2배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로부터 내락받은 관급 건설공사가 여러개 있는 탓이다.

수도 호치민시를 에워싸는 환상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남과 북을 연결
하는 장거리 전선설치공사도 거의 계약단계에 와있다.

키엠사장과 정부관리들간의 관계가 어느정도로 끈끈한지는 최근의 한 사건
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얼마전 후이호앙사의 창립6주년 기념식에 판 반 카이부총리가 참석, 정부와
이 회사간의 우정(?)을 과시했다.

키엠사장은 지금 사업다각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철강업과 보험업에는 꼭 진출하겠다는 결심이다.

앞으로 베트남에 시장경제가 정착되면 지금같은 정경유착으로는 기업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