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익수 < 쌍용경제연 경영연구실장 >

우리의 농촌은 많은 경제-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도시-농촌의 누적적 악순환이 지속됨으로써
도시문제와 농촌문제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농촌은 인구감소와 공동화의 위험에 처해 있고 도시는 인구과밀로 인해
주택 교통 환경 등에 걸쳐 복합적 병리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경제활성화를 통한 농촌문제의 해결은 도-농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시발점이 되며, 국토의 균형개발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끌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요망된다.

정부는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농어촌 공업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83년 "농어촌소득원개발 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95년 6월까지 전국 115개
시.군에 269개의 농공단지가 조성되었으며, 국가와 자치단체로부터 약2조원
의 보조금 및 정책자금이 부지조성 및 입주업체지원에 투입됐다.

현재 약2,200개 업체가 농공단지에 입주해 가동중이며, 고용인력은 9만
3,000명에 이른다.

농공단지의 국민경제적 위상도 크게 신장돼 광공업전체 사업체의 약2%,
종업원수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강원도와 충청도에서는 농공단지 고용
인력이 해당지역 제조업 고용인력의 15%수준에 이르고 있다.

당초 농촌지원정책의 틀에서 출발한 농촌공업화사업은 90년대들어 근거법및
주무부서의 변경과 함께 국토개발과 산업정책적 측면이 크게 부각됐다.

현시점에서 농촌공업화 지원사업의 성과를 종합해 볼 때 농어촌지역에
저렴한 신규 공장용지를 공급함으로써 공업재배치 중소기업육성 등 산업
정책적 효과를 크게 거둔 반면 농외소득증대, 농업구조개선, 농촌생활여건
개선 등 농업지원정책효과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WTO체제출범 지방화 정보화 등 국내외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농촌경제활성화와 산업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촌공업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설정과 방향재정립이 필요하며
사업주체로서 자치단체의 새로운 접근자세가 요망된다.

먼저 농공단지의 개념을 "기초 자치단체가 농어촌지역에 조성한 소규모
공업단지"에서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쟁력있는 산업단지"로 전환해야
한다.

농촌의 인구특성상 노동집약도가 낮고 내수의존도가 높은 내륙형 첨단
업종이 농촌지역에 적극 유치돼야 하며 농촌의 생활하부구조 취약성을
고려해 단지의 대형화-복합화가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제도는 개별단지의 규모를 10만평 미만으로 제한하고 입주
업체를 제조업에 한정함으로써 경쟁력있는 산업단지조성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화시대의 기업은 전세계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최상의 입지선정,
최상의 원재료 조달이라는 "글로벌 로지스틱스"를 추구한다.

따라서 세계화시대에는 산업입지가 국제적 기준에서 입지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며 농촌공업화 지원정책의 중점이 농촌지역의 입지적 취약성을 보완하여
농촌공업단지의 입지경쟁력을 증대시키는데 모아져야 한다.

특히 농촌의 생산및 생활하부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어촌특별세의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농촌공업화사업이 공업재배치라는 산업정책적 효과를 거둔 것은 농촌공업화
정책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도권 인구억제정책의 부수효과로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농촌공업화정책은 매력적인 산업입지로서의 유인요인을 적극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초및 광역 자치단체는 산업입지라는 상품을 개발-생산하여
세계시장에서 기업을 상대로 판매한다는 자세로 공업단지 조성사업에
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