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민연금기금을 수익률이 낮은 공공자금에 과도하게 예탁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30단독 정무원판사는 27일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회원
김선웅씨(32.서울 서초구 서초4동) 등 2명이 국민연금관리공단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측의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국민연금적립금 10조여원을 공공자금으로 전용하는
등 민간의 각종 연금과 기금을 자의적으로 운용해온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재정투융자특별(재특회계)의 세원이
없어지게돼 대형국책사업 등이 큰 타격을 받게 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세제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각종연금의 적립금을 가입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정자금에 강제예탁케 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공공자금
관리기금에 되도록 많은 연금이 예탁되기를 원하는 재경원장관이 연금기금
운영위원회의 운영을 주도함으로써 연금가입자들의 의사결정 참여권이
박탈될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씨등은 지난 94년 12월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을 금융부분의 평균이자율
보다 수익률이 낮은 공공자금으로 예탁시킴으로써 94년 6월부터 3천1백
48억원의 손실이 발생, 본인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국민연금기금
운용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