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최대 컴퓨터통신망인 인터넷에서는 정보 올림픽이라고 하는
"인터넷 96 엑스포"가 열리고 있지만 어찌된 셈인지 우리 기업이나 국민들은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60여개국이 참여하고 우리의 경우에는 핵심축인 센트럴 파크를 개설한
7개국에 포함돼 있는 데도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국제행사라 그런지 축제의
실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1월1일 개막돼 금년말까지 열리는 이 정보 엑스포는 인터넷에 가상
부스를 설치해놓고 전세계 3,000만 "네티즌"을 상대로 국가-기업-상품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최첨단 박람회이다.

국내에서는 "정보 엑스포 96" 조직위원회가 지난 13일 공식출범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 업체가 5~6개사에 불과하다는 소식이다.

물론 가상전시관 하나를 할당받는데 1억5,00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국내외의 폭발적인 인터넷 열기를 감안할때 예상밖의 냉담한
반응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외국의 경우 인터넷 이용이 가장 두드러진 쪽은 기업이다.

일본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품의 선전은 물론 판매까지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터넷 조작법을 승진시험 과목에 집어넣는 회사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비해 인터넷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아직 탐색단계에 머물고
있다.

최근 몇몇 대기업들이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기업및 상품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작년 7월부터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코리아몰스"(한국상가)가 인터넷에 개설되기도 했지만 국내 기업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관심은 아직 호기심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뉴미디어는 홍보 매체로서의 안정성도 검증돼야 하고 수요자 규모에
따른 시장성도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매체로 이미 인정받는 터이고 기업
의 홍보 전략면에서 봐도 한가지 정보 소스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원 소스 멀티 아웃렛"(One Source Multi Outlet)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는 이런 뉴미디어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홍보서비스가 초기에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기 안목에서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보 엑스포에 우리 기업들도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의 이해 득실만을 따져 투자를 망설이다가는 지구촌 최대의 정보시장을
미-일등 몇몇 선진국 기업들에 통째로 내주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인터넷 사용환경을 시급히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용자는 급증하는데 국내 통신 인프라가 이를 감당해내지 못해 접속이
더디고 자주 끊기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 속히 국내 서비스 업체끼리 망을 연결하고 고속전송 전용회선을
공동설치-운영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