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지칠줄 모르는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공업주 30종목 평균지수는 9일 사상
최초로 5천5백선을 돌파하면서 5천5백39.45를 기록, 나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초부터 따지면 11번째 신기록 수립이다.

최초로 4천선을 넘은게 지난해 2월23일.

그뒤로 5천을 넘기까지는 9개월(11월 21일), 다시 5천5백선을 뚫기까지는
3개월도 채 안된 셈이니 그 가속도에 아찔할 수 밖에 없다.

과속은 항상 위험하게 마련이다.

요즘 미주가 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풍선처럼 계속 부풀어만가는 미주식시장을 보노라면 언제 터질지 아슬아슬
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과연 세계 주식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블랙먼데이"(지난 87년 10월의
미주가폭락사태)는 다시 올 것인가.

이에대해 현재 미주식시장 활황세는 "거품"이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증시에는 바로 "베이비붐 군단"이 버티고 있어서란게 이같은 분석의
근거이다.

이들은 거대한 개미군단을 이루며 개인주도의 탄탄한 장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총 7천6백만여명.

이들중 최연장자가 올해로 50세를 맞는다.

퇴직을 준비해 재테크에 들어갈 나이다.

요즘 미주식투자에 대한 자금유입이 일과성이 아니라 "구조적"이라고
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중 하나인 "401K"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이같은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다.

401K 자산은 이미 5천억달러를 돌파했으며 2000년에는 1조2천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01K자산의 30%는투자신탁의 몫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매달 일정량의 돈이
안정적으로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셈이다.

더욱이 미국기업의 장사가 짧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며 금리 역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현재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주가 급등과 함께 시장 리스크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
이다.

전문가들은 블랙먼데이 재연 가능성에 대해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미경제가 계속 부진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수익이 곤두박질치는
경우다.

미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이를 우려해 금리를
내리는등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금리인하로 경제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경기가 급상승, FRB가 금리
인상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시나리오이다.

실제 모건스탠리등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올하반기에 이렇게 될 가능성이
절반정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주가가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이 미주식시장
을 걷잡을수 없는 폭락사태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개인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80년대 13%에 그쳤으나
90년대 들어서 23%(95년6월 현재)로 급증했다.

그만큼 미 가계부문이 지는 시장리스크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또 한번 미국에서 주식붕괴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여파는 87년의 블랙먼데이
수준을 넘어서 "시민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일부 지적을 과장으로
넘겨버릴 수 만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