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한주일 쌓인 피로를 풀고자 토요일 오후면 찾기 시작한 가까운
계룡산.

대덕연구단지에서 유성온천 외곽을 지나 대전국립묘지 앞으로 곧게 뻗은
공주가는 언덕길을 숨가삐 달려 올라가서 구불구불 내리막 길로 들어설
때면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한 바위산 하나가 슬그머니 얼굴을
내민다.

장군봉이라고 불리우는 이 바위산 아래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조금
달리면 저멀리 앞쪽에서 계룡의 정수 천황 쌀개 관음의 세붕우리가 오른쪽의
장군봉 줄기와 왼쪽의 황적봉 줄기로 찾는 이들을 휘어감듯이 맞이한다.

연구단지에서 불과 20여분이면 도착되는 이곳에서 우리들의 산행은 시작
된다.

계룡의 사계절, 철따라 다른 멋을 감상하며 이봉우리 저봉우리 두루두루
오르며 땀흘리는 맛에 산행은 계속되고 하산길에 심우정사라는 조그만
암자에 들어 맛보는 계룡산 두충차의 별미는 우리들의 산행을 더욱 살찌게
해준다.

이렇게 계룡사계를 몇차례 지내다보니 산속의 바람소리 따라 세월의
정감을 느끼며 계룡산행 어언 1백회를 넘기게 되었다.

항상 차편을 제공하시는 김동찬 박사, 비디오카메라며 보온병 등 새로운
살림을 자랑삼아 커피에 인삼차를 준비하시는 심규성 박사, 계룡산
구석구석이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고 사진촬영을 즐겨하시는
조성권팀장과 항상 쫓아 다니기만 하다가 이제는 장비도 제법 갖춘 필자,
그리고 수시로 합류하는 몇몇 분들 모두가 내노라하는 자기분야의 전문가
들이다.

토요일 오후 산행에 저녁은 가족과 함께 하기로 시작한 것이 근무제도가
격주 토요일 휴무로 바뀐 지금도 서너시간의 오전산행후 점심은 집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은 젊은 연구원들과 격의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로도 생각했으나 항상 같은 곳으로의 산행에 하산후 소주
한잔 아니하니 재미가 없어서인지 별로 호응이 없다는 것이다.

주말의 넉넉지 못한 시간을 쪼개어 건강관리도 하고 가족들과도 함께
하려는 뜻이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