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의 일화 가운데 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처칠수상이 방송국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불러 세웠더니 택시기사는

"미안하지만 다른 차를 이용해 주십시오.

한시간 후에 있을 처칠경의 방송을 꼭 들으려고 합니다"하고 거절했다.

처칠이 기분이 좋아 1파운드의 돈을 집어 주었더니

"타십시오.

처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봐야겠습니다"하고 차를 몰더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한편으론 "이 일화도 옛날
이야기가 될 날이 멀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파운드라는 구체적 형태의 화폐를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 이런 식의
가치이전은 이제 옛날 이야기에서나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화폐의 형태나 가치이전의 방식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마그네틱 테이프를 이용한 전화카드 등이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는가 싶더니
IC 회로가 내장된 스마트카드가 버스나 택시의 요금 지불수단으로 시험운용
중에 있고, 이제는 디지털 정보를 이용한 여러 형태의 전자지갑 전자화폐가
등장하여 실용화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가치이전의 방법도 은행계정을 통하지 않고 개인PC나 휴대용전화기
휴대용단말기를 이용하여 네트워크상에서 디지털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로운 이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미 영국에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몬덱스카드와 미국의 마크트웨인
은행이 인터넷에서 사용중이 디지캐시, 그리고 핀란드의 아방데, 벨기에의
프로튼 등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볼수 있었던 전자화폐들이 정보통신 강국들
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급속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화폐의 등장으로 금융거래의 관행과 금융기관의 역할
또한 심각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WTO체제 출범이후 세계경제는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전자화폐의 충격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자화폐와 연계된 선진금융기법이 국내에 상륙하였을 때 고객은
당연히 보다 진화된 기능을 선택할 것이고, 이 경우 국내 금융기관은 지금
까지와는 전혀 다른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 강국들이 몰고올 새로운 충격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서두른다 해도 결코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