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으로 해야할 일에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엉겨붙어 이번 선거가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한 공명선거가 될지, 갈수록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선거구 조정을 목적으로 소집된 제178회 임시 국회는 사전합의 8일 회기를
어제로 넘김으로써 14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이미 글러 보인다.
본회의 정식 의결이 없었기에 회기는 법에 따라 자동으로 임시국회 시한
30일인 내달 8일까지로 연장된 셈이다.
그러나 선거구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이해가 쉽게 조정되기 어려우리란
점은 이미 입증됐으니 만큼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난 현행 선거구 그대로
총선을 치르는 경우가 발생할지 알수 없다.
만일 그럴 경우 헌재 결정에 불복, 시행하는 선거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위헌제소등 선거 후유증이 어떠리란 것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격차가 5.8까지 벌어진 현실에서 상한초과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등가원칙을
들어 집단 제소하는 사태는 상상만해도 엄청나다.
뒤늦게 공개됐으나마 평균 인구수를 기준, 상하비율이 4배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취지를 숙지했다면 여-야가 이를 최대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정안을 짜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양극으로 부터 순서대로 과대 선거구는 분할, 과소구는 통합하는
방향이 옳음은 물론이다.
늦었지만 공천 전당대회 일정, 5.18 관련의원 구속문제까지 의안처리의
기간득실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편법이나 강행처리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 정당측 형편이다.
그러나 불과 몇주 후에 총선을 치를 정당으로 무리한 절차를 밟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모든 정당이 한계권의 선거구 조정은 피할수 없는 기정사실이라
체념하고 협상에 응해야 그것이 집권자격을 갖춘 공당이 취할 태도다.
여태처럼 나만은 손해를 못보겠다고 최후까지 버티는 것은 결국 정치불신을
가속시켜 공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렇잖아도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 당내, 또는 정당간의 난맥-혼선-
무원칙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여서 국민으로 하여금 과연 이땅이 정당정치
가 뿌리내릴 토양인가를 의심케 만든다.
당선 가능성을 빌미로 어떤 원칙도 없어진 인선기준, 최소한의 신의도
도덕도 등진 영입이나 밀어내기 방법, 경쟁당에 대한 저질을 극한 매도등
이루 헤아리기 힘든 타락이 정가에 범람하고 있다.
특히 시의도 맞지 않는 좌우 공방은 본말-주객이 누구인지 분간 못할 혼돈
자체여서 감투욕 허명욕에 눈이 먼 세상에 인간적인 실망과 혐오를 느끼게
하는 수준에 까지 추락해 있다.
이런 상황은 각당의 당면과제가 과반의석 확보가 아니라 당자체 존폐의
심판을 통과하는 과제임을 가리킨다고 본다.
또한 그 시험에 통과하는 비결은 단 한 의석이라도 수단 가리지 않고
늘리는데 있지 않고 당의 정당다운 품위유지라는 사실을 깊이 깨우쳐야
할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