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석 < 투자금융경제연 연구위원 >

기업인은 물론 언론인 경제정책 입안자들까지 "시장금리의 하락은 좋은
것이다"라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는 듯하다.

시장금리 하락이 투자증대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장기적으로 자본축적에 의한 성장기반확대를 가능케 한다는 타당한 이유
에서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시장의 "자금공급곡선이 우방이전"하는 경우로 시장금리
하락은 자금사용량 내지 투자규모의 증대를 동반한다.

수년만의 최저수준을 가져온 근래의 시장금리 하락추세도 이와같은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작년 3.4분기 이후의 경기하강세에 설상가상으로 비자금 파동까지 겹쳐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크게 위축되었는데 이로인해 "자금수요곡선이 좌방
이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근래의 금리하락폭이 크면 큰만큼, 금융시장의 자금이 남아돌면 남아도는
만큼 금년중 국민경제의 하강폭이 오히려 클것임을 예고해준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구조적 후진성이 이와같은 국민경제적 부작용을
더욱 증폭시킨다.

채권시장의 경우 속성상 대기업들이 주로 이용하게되나 기채조정협의회의
발행물량배정 등으로 필요시 이들의 자금조달및 투자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채권발행시장에 대한 규제가 존속하는 만큼은 투자자금이 기업의 생산
자금으로 전용되지 못하고 채권가격만 거품처럼 변하는 부동산시장적 속성을
가지게 되고 시장금리의 경기조절기능은 그만큼 약화된다.

보다 근본적인 금융구조적 문제점은 회사채 CD등 각종 유통금리 상호간의
연동성은 그간의 금융자유화로 크게 제고되었으나 이들 금리의 은행
예-대금리 등과의 연계성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시장금리가 인하되고 은행의 가용자금이 흘러넘치는 가운데서도 은행등의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관행하에서 별로 증대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위 "시장금리"가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며 이는
우리나라 금융파이프의 배관장치에 구조적인 결함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근래의 경기 하강세가 설비투자 등의 급격한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금년중의 거시경제정책은 이를 중화 내지 상쇄시켜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토록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금융정책상으로는 인플레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자금공급
곡선을 우방 이전시킴으로써 자금수요곡선의 좌방 이전에서 비롯된 근래의
시장금리 하락추세를 오히려 확대 조장하고 위축된 투자규모를 다소간
회복시켜 나가야 한다.

채권발행시장의 정비 및 자유화를 통한 시장금리의 경기조절기능 제고에도
아울러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특히 통화긴축보다는 실명제 등 금융거래의 투명성 제고에 의한 가수요
억제가 더욱 효과적인 인플레심리 억제책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92, 93년의 저성장기에 통화증가율(평잔 기준)은 평균 27%의 높은 수준
이었으나 물가상승률은 5.5%의 안정세를 보여주었다.

작년도 경제성장이 비록 집계상으로는 건실하였으나 내용적으로는 대기업의
호황과 중소기업의 침체가 병존하는 이른바 "경기양극화"현상이 두드러졌다.

금리자유화 이후 중소기업 등의 실질금리부담이 크게 증가하였으나 은행등
의 중소기업 대출비중과 규모는 상대적으로 신장되지 못하는 등 "금융수혜의
양극화"가 그동안 실물경제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가 마침내 현재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년중의 경기하강 국면에서 경기 양극화현상은 더욱 심화 확대될
것인바 금융수혜를 균점시킬 수 있는 가시적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은행 등의 신탁회사화가 이들의 "부동산 전당포"식 영업행태에서 비롯됨을
직시하고 이를 지양할 수 있는 정책개발 및 시행에 당국의 지혜와 의지를
최우선적으로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