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건설은 지난해 주가등락이 심해 투자자들간에 희비가 엇갈렸던
대표적인 종목이다.

지난 94년 11월 9천8백원수준이었던 이 종목은 석달후인 지난해 1월
1만8천원으로 두배나 급등했다가 5월에는 다시 9천원선으로 원상복귀했다.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급등락이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한일건설 주가 급등락은 최근
증감원에 의해 그 배경이 밝혀졌다.

증감원 조사결과 이 회사 김동수전무는 실권주발생을 우려해 선경증권에
7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선경증권의 직원 2명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김전무는 검찰에 고발됐다.

그러나 주가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주가왜곡은 돌이킬수 없게됐다.

증시에는 한일건설의 사례와 같이 상장회사에의해 주가가 왜곡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한다.

유상증자를 할 때만이 아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주식예탁증서등을 발행할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증권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팔기위해 증권사의 협력을
받아"주가를 관리"하는 경우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지난 94년 5월 삼익악기 이석재회장이 전환사채의 발행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25회에 걸쳐 종가에 최고가 매수주문을 내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다가 고발당한 것은 전환사채 기준가를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례이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등을 발행할때 주가를 끌어올리면 기준가격이 높아져
자금을 많이 동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끌어올린 주가는 거품이 빠지는 것처럼 급락할수 밖에 없어
일반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일반투자자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증시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상장회사들이 자사 주가를 높이려는 욕심을 당연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위험이 뒤따르는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볼수도 있으며 이익을 보는 투자자도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자원배분의 척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왜곡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증시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자금을
사용하는데 그만큼 높은 비용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주가를 조작하는 외에 투자자들에게 기업내부정보를 신속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점도 상장사들이 개선해야할 대목이다.

공시는 상장회사들의 투자자들을위해 해야하는 가장 기본의무이나 사실을
모호하게 공시하거나 번복 또는 변경 공시하는 경우가 아직까지 적지 않다.

지난해 한농을 인수한 동부화학은 한농인수설을 부인했다가 한달도 안돼
인수협의중이라고 번복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유리와 대한중석은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공시 해놓고 공시한
수량만큼 주문을 내지 않아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들 회사는 공시를 "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주요한 사실을 아예 공시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동성반도체는 지난해 12월 20일 수원 지방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폐지
결정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아 거래소가 20여일이 지난
지난 8일 뒤늦게 거래정지조치를 내리는 소동을 빚었다.

법원에서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회사가 일반주주들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도 외면한 것이다.

상장회사들은 증시가 침체된 지난해에도 전년도보다 3.5% 많은 6조7천억원
의 자금을 조달해갔다.

증시에서 많은 자금을 계속 끌여쓰기 위해서는 주가를 조작하는 악습을
철폐하고 투자자들에게 회사사정을 신속 정확하게 알리는게 상장사들의
임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