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자살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기적자살 이타적자살 아노미적자살이 그것이다.

이기적자살이란 한 개인이 사회에서 올바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힘에만 의지하고 있을 대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이타적자살이란 개인이 집단에 완전히 동화돼 있어
집단의 목적이나 정체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때 발생한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순교가 그런 유형에 속한다.

이기적자살이나 이타적자살은 모두 개인이 그가 속해 있는 사회에 너무
통합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통합되는 정도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지만
아미노적 자살은 개인의 사회적 위치가 급격히 변해 그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없게 됐을 대 일어나는 현상이다.

뒤르켕은 자살이 구제불능의 도덕적 죄악이라는 과거의 장벽을 무너
뜨리고 사회적 수단으로 치료될 수 있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획기적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그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중심으로한 심리학자들은 자살이란 것이
정신건강과 관계되는 일종의 정신병이란 쪽으로 연구를 진행시켜 자살을
사전에 예방할수 있는 심리요법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자살을 일종의 병으로 보는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동기 없는 자살"은 나날이 늘어가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자살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하나씩은 있는 법이지만 인기
연예인들의 자살은 가끔 모든 찬사나 성공으로도 연기할수 없는 이벤트
처럼 벌어지기도 한다.

새해들어서만도 서지원군과 김광석씨등 2명의 인기가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인기댄스그룹 "룰라"의 이상민군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잇따라
벌어졌다.

모두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젊은 연예인들이다.

굳이 디르켐의 자살분류법에 꿰어맞춘다면 이들의 죽음은 사회적 변동이
급격하여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일어난 아노미적 자살에
속하겠지만 그보다는 자기만의 감정에 취해 정신의 평형이 무너져 버려
일어나는 자아의 미숙으로 보는 심리학자들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옳을듯
하다.

대중들은 "내가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는 현대인의 숙명을 지닌채
대중스타들을 의지하고 살아간다.

이들에게 실망을 주지않기 위해서는 영국의 소설가 G 엘리어트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만약 당신 자신이 원하는 조건으로 삶과 타협할 힘이 없거든, 삶이
제시하는 조건을 수락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