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99)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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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은 평아를 안고 귀여워해주는 척하며 슬그머니 손을 뻗어 평아의
소매 속에 들어 있는 머리카락 뭉치를 집으려 하였다.
그러자 평아가 얼른 그 머리카락 뭉치를 꺼내어 손에 쥐고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내가 너를 수시로 안아주고 온갖 패물들도 몰래 선물로 줄 테니
그 머리카락은 나에게 돌려다오"
가련은 평아가 계속 완강히 버티자 이번에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며
사정조로 나왔다.
"머리카락을 돌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내 몰라라 할 게 뻔해요.
제가 주인 어른님의 마음을 모를 줄 알고요.
이 머리카락은 주인 어른님으로 하여금 약속을 지키도록 해주는
보증물이에요.
그러니까 이 머리카락은 나에게 보물인 셈이죠. 만약 주인 어른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날에는 이 머리카락을 주인 마님에게 내보일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러면서 평아는 더욱 세게 머리카락을 거머쥐고 있었다.
결국 가련이 머리카락 빼앗는 것을 포기한 듯 한숨을 푸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래 알았다. 그 머리카락은 네가 갖고 있으려무나.
근데 제발 마누라 눈에만 띄지 않도록 해다오"
가련이 이렇게 나오자 평아는 약간 방심을 하며 가련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님만 약속을 지킨다면 이 머리카락은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가련은 평아를 극진히 사랑하는 것처럼 두 팔에 힘을 주어 평아의 몸을
자기 쪽으로 더욱 끌어당기고는 한 손으로 평아의 팽팽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평아는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손마저 풀릴 정도로 온몸에 맥이 빠졌다.
그 다음 순간, 가련이 손을 뻗어 평아의 손에서 머리카락 뭉치를
홱 빼앗아 자기 허리춤에 넣어버렸다.
가련에게 속은 것을 안 평아가 발을 구르며 억울해 했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가련이 능글능글 웃으며 또 평아를 안으려 하자 평아는 화를 내며
방 밖으로 나가 가련에게 앙탈을 부렸다.
"어디 두고 보세요. 다음번에는 주인 어른님을 감싸주나 봐요"
그때 마침 희봉이 뜨락으로 들어서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방 밖에서 하고 있니?"
희봉이 평아에게 묻자 오히려 방 안에 있는 가련이 바짝 얼어붙었다.
"바깥방으로 건너간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평아가 슬쩍 둘러대자 가련이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
소매 속에 들어 있는 머리카락 뭉치를 집으려 하였다.
그러자 평아가 얼른 그 머리카락 뭉치를 꺼내어 손에 쥐고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내가 너를 수시로 안아주고 온갖 패물들도 몰래 선물로 줄 테니
그 머리카락은 나에게 돌려다오"
가련은 평아가 계속 완강히 버티자 이번에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며
사정조로 나왔다.
"머리카락을 돌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내 몰라라 할 게 뻔해요.
제가 주인 어른님의 마음을 모를 줄 알고요.
이 머리카락은 주인 어른님으로 하여금 약속을 지키도록 해주는
보증물이에요.
그러니까 이 머리카락은 나에게 보물인 셈이죠. 만약 주인 어른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날에는 이 머리카락을 주인 마님에게 내보일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러면서 평아는 더욱 세게 머리카락을 거머쥐고 있었다.
결국 가련이 머리카락 빼앗는 것을 포기한 듯 한숨을 푸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래 알았다. 그 머리카락은 네가 갖고 있으려무나.
근데 제발 마누라 눈에만 띄지 않도록 해다오"
가련이 이렇게 나오자 평아는 약간 방심을 하며 가련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님만 약속을 지킨다면 이 머리카락은 세상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가련은 평아를 극진히 사랑하는 것처럼 두 팔에 힘을 주어 평아의 몸을
자기 쪽으로 더욱 끌어당기고는 한 손으로 평아의 팽팽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평아는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손마저 풀릴 정도로 온몸에 맥이 빠졌다.
그 다음 순간, 가련이 손을 뻗어 평아의 손에서 머리카락 뭉치를
홱 빼앗아 자기 허리춤에 넣어버렸다.
가련에게 속은 것을 안 평아가 발을 구르며 억울해 했으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가련이 능글능글 웃으며 또 평아를 안으려 하자 평아는 화를 내며
방 밖으로 나가 가련에게 앙탈을 부렸다.
"어디 두고 보세요. 다음번에는 주인 어른님을 감싸주나 봐요"
그때 마침 희봉이 뜨락으로 들어서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방 밖에서 하고 있니?"
희봉이 평아에게 묻자 오히려 방 안에 있는 가련이 바짝 얼어붙었다.
"바깥방으로 건너간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평아가 슬쩍 둘러대자 가련이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