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9일오전 올해 국정목표를 "역사 바로 세우기와 삶의 질
개선으로 일류국가 기틀마련"에 두겠다고 밝혔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연두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TV로 생중계된 국정연설을
통해 문민정부 4차연도의 청사진을 그같이 제시했다.

"역사 바로 세우기"로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아 밝은 미래를 기약하고,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국민 만족도"가 높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같은 국정운영의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완화
<>경제체질강화 <>지속적 제도개혁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활개혁
<>사회간접시설확충 <>세계질서 창출에 능동적 참여등 여섯가지를 금년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올해 국정구상은 그 표현이 달라졌을 뿐 내용상 생소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재작년의 국정 목표였던 "국가경쟁력의 강화", 작년의 "세계화"라는
슬로건에 담겼던 김대통령의 철학이 그대로 올해의 "일류국가 기틀마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연설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폄할지 모르겠으나 국정운영의
일관성이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권력의 도덕성을 역설해온 김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
에서도 깨끗한 정치와 돈안드는 선거를 거듭 강조했다.

4월에 실시될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헌정사상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
하게 이루어 지도록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적 부패가 시장원리에 입각한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케 하는등 경제에
큰 부담이 돼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평가해야
하며 또 기대하는 바 크다.

오는 4월의 국회의원 선거는 작년의 지방선거와는 그 의미가 또 다르고,
문민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새로운 정치문화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김대통령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제들도 하나하나 적시했다.

재난과 범죄로부터의 안전, 교통난 환경오염 물가불안 입시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생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너무도 많은 과제를 제시했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서는 자칫 국정의
초점이 흐려져 그 어느 하나도 효과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환경 교통 입시문제등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여러 과제들은 그 어느
하나라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장기 과제이고 보면 목표를 향한 동시다발적 접근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선거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특히 삶의 질을 강조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력하게 실천되기를 기대
하면서 주시하고 싶은 입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