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이면 변함없이 주고 받는 통화내용이다.
우리 모임을 이끌어가는 부회장 김태영 (주)한양 차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남우 기우회"는 이미 유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들을 이토록 묶어 놓았을까.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판 앞에서 조용한 수담(수담)이 계속된다.
운칠기삼이라 했던가.
승부에 있어 운이 칠, 기술 삼의 비율로 작용한다는 말이지만 20년을
알고지내 상대방을 잘아는 우리에게는 그 반대가 작용될 따름이다.
승률이 나쁘면 칫수를 조정하고 저녁 8시께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면서
그날 바둑의 반성이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 회원들은 모두 다 자신의 직장 기우회에서 알아주는
존재가 되었다.
배창헌 전회장 (남아공 근무.한국무역진흥공사)은 사내 바둑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했고, 앞에서 언급한 김태영 부회장은 (주)한양 기우회
회장이랬지 아마 ....
그곳 사내 바둑대회에서 상으로 받은 바둑판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열띤 무용담을 늘어놓던 순진한 나의 하수.
매월 만나면서도 아쉬워 2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자고 제안이 들어
왔을때 즉석에서야 다들 찬성했지만 모두 가정에서 간큰(?) 남자가
아니어서인지 결국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달에 한번씩은 꼭 나와서 털어놓는, 바둑은 물론이고 자녀
가정 직장에서의 얘기들은 모든 회원에게 삶의 기초를 제공하리라 본다.
다방면에 걸쳐 있는 회원들 면면을 소개하면 이정호 부광산업 대표,
최형섭 총무(진도건설 과장.회원중 막내) 김일찬 (주)동국무역 부장,
김종철(주)태평양 차장, 이철수(주)태평양 차장, 바둑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지만 자기의 기재를 항상 아쉬워하는 남철희 카민스 코리아 대표 등
15명 정도인데 이런 회원들과의 교류는 나의 출판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한 친구는 해외에 근무하면서도 "상규야, 이창호 신형정석 두번째 책이
나왔다는데 그걸 좀 보내 줘"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 얘길 회원들에게 전했더니 "야, 부쳐주지마! 실력 좀 줄게, 그냥
내버려 둬" 농담이었지만 승률을 올리려는 회원들의 관심이 눈물겹기까지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