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넘어라"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4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에 첫주자로 나서는 유창혁 칠단에게 주어진 과제다.

유창혁 칠단은 지난해 12월 일본기원에서 열린 1차전 마지막 대국인
제6국에서 그때까지 3연승으로 질주하던 중국의 천린신 구단을 불계로
간단히 제압했다.

천구단이 3연승을 했다고 하지만 세계대회를 제패했던 유칠단이
국제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던 천구단을 이긴것은 어쩌면 당연한
전과였다.

유창혁이 진짜 넘어야 할 벽은 9일 열릴 제7국에서 격돌할 일본의
3번째기사.

유칠단은 지금까지 일본기사에게 13승 12패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기사에게 7승1패의 압도적 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녜 웨이핑구단, 마 샤오춘 구단 등 중국 일류기사들에게는 이겼지만
야마시로 히로시구단, 가타오카 사토시 구단 등 한수 아래로 평가되는
일본기사에 잡혀 최근 2년연속 동양증권배에서 초반탈락하는 등 일본
기사에 약한면을 보이고 있다.

제7국에 출전할 일본기사는 대국시작 30분전에 통보되는데 요다 노리모토
구단이나 야마시로 히로시구단이 나설것으로 예상된다.

요다 구단은 한국기사와의 역대전적 17승 5패가 말해주듯 "한국킬러".

유창혁은 요다에게 1승4패를 기록하고 있다.

야마시로 구단과는 한판씩 주고 받았다.

요다구단이 나올 경우 유창혁 칠단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요다구단에게는 유칠단뿐만 아니라 이창호 칠단도 4연패를 포함해
1승5패로 절대열세며 조훈현 구단만이 4승2패로 앞서고 있다.

미래 한국바둑계의 주역이 이창호와 유창혁이라고 볼때 지금쯤 그를
꺾어야 할 시점이다.

유칠단이 이 고비를 넘어서면 3연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말한대로 제8국에서 만날 중국기사들에게는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로배는 한.중.일이 각각 3명의 기사를 남기고 있어 팽팽한
접전의 양상이다.

한국선수단은 유창혁 칠단외에 조훈현 구단, 이창호 칠단이 대기하고
있고 일본은 요다 노리모토 구단, 야마시로 히로시 구단, 다케미야 마사키
구단, 중국은 차오 다완 구단, 녜 웨이핑 구단, 마 샤오춘 구단이 남았다.

이번 2차전은 7국부터 10국까지 총4번의 대국이 열리고 최종 3차전
(11-14국)은 다음달 6일부터 중국 상하이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