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조직 "슬림화" 바람이 불고 있다.

생산 영업 유통 관리등 기업조직의 전부문에 걸쳐 군살빼기가 한창인 것.

전통적인 부.과체제를 버리고 팀제를 도입하는 것 역시 이같은 조직
"슬림화"의 한 측면이다.

대우전자는 지난해말 전 부서의 과.부제를 전면 폐지하고 팀제로 일대
조직수술을 단행했다.

팀제는 관리 기획 영업등에서 생산현장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도입됐다.

팀의 수나 임원등은 사업본부나 사업단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기존 1백70부. 6백50과를 4백여팀으로 전면개편,
운영키로 했다.

산술적인 계산으로도 기존 부.과장중에 팀장을 맡지 못하는 인원이 절반
가량 된다.

전통적인 부.과조직의 파괴인 셈이다.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 조직의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한 것이다.

포항제철 역시 지난해 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된 팀제를 더욱 확대, 9본부
31부를 29부로 슬림화하기로 했다.

팀제를 부분 시행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이 제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자동차 철강 전자등 국내를 대표하는 제조업에서 전통적인 부.과장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관리인원이 비대해 진 제조업에도 이제 군살빼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팀제 도입이 보편화된 종합상사등에선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신규사업을 위해, 또는 기존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잇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건설과의 합병을 계기로 자동차영업본부를 자동차영업부문
으로 승격시키고 의류사업과 유통사업조직을 묶어 생활문화부문으로 바꿨다.

현대종합상사는 PC유통사업에 신규 참여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전자
유통사업부를 신설키로 했다.

(주)대우는 대우전자에서 넘겨받은 영상사업부를 통합해 영상미디어사업부
와 유통사업본부를 신설키로 했다.

LG상사 역시 신규사업실을 신설,유통 정보통신등 새로운 사업분야를 집중
발굴하는 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종합상사들의 이같은 조직개편은 기존조직의 전진배치에 역점을 둔 것이다.

인원의 낭비와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잇따라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판단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점점 더 스피드와 순발력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룹의 기조실에도 슬림화 바람은 예외가 아니다.

삼성그룹 비서실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획 재무 인사 전략홍보 등의 "팀"을
두고 있다.

기존의 비서실 체제를 대폭 슬림화한 체제다.

더구나 올해부턴 실장 보좌역제도 일부 폐지해 실장-팀장으로 의사결정
단계도 축소할 계획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조직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이같은
"슬림화". 팀제로의 개편도 사실은 이를 겨냥하고 있다.

"슬림화"의 목적은 명확하다.

조직의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인 부.과장체제가 팀제로 대체되는 것 역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팀제란 조직을 단순화해 의사결정단계를 축소하자는 것.

빠른 외부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사원-대리-과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기존조직의 의사결정단계는 팀원
-팀장-본부장으로 축소된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대팀제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팀을 한데 묶어 본부역할을 맡기는 것.

의사결정단계를 더욱 축소하기 위한 것이다.

팀장을 임원이 맡도록 함으로써 팀원-팀장으로만 조직을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그룹경영기획실내에 별동대를 만들었다.

특수임무를 띤 베트남실과 중국실이 그것이다.

차장급 2명을 팀장으로 해 의욕있는 10여명의 젊은이를 "팀원"으로 채웠다.

이들이 하는 일은 신규사업발굴.

서울강남에 별도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베트남과 중국을 도상 연습하는게
하루일과다.

이들은 태스크포스멤버인 만큼 그룹회장외에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도
받지 않는다.

베트남실과 중국실은 그룹이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그룹들은 최근들어 일제히 조직개편을 시도
하고있다.

방향은 비슷하다.

대외적으로는 세계화, 대내적으론 슬림화가 주요테마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범세계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뉴욕 도쿄 싱가포르 런던등지의 해외본사가 그것.

영국의 윈야드, 멕시코의 티후아나, 중국의 천진 소주등지에 대규모
가전단지를 조성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본사는 국내본사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 아니다.

철저히 현지화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본사 그 자체가 스몰(small) 삼성인 셈"(노근식 삼성그룹해외본부장)
이다.

LG전자 역시 세계화를 "키워드"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내 영업담당을 한국영업담당으로 명칭을 바꾸고 <>해외사업및 업무담당
<>해외사업지원담당 등 "해외"자가 붙은 조직은 미주 유럽등 각 지역별로
세분화했다.

슬림화와 함께 최근 대기업그룹들의 조직개편에서 보여지는 주된 흐름의
하나는 "현장"중시다.

해외부문을 강화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조직의 체질을 바꿔 국제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 지역본사가 일일이 국내본사의 지시를 받는 "구태 의연한" 조직체계
만으론 치열한 국제경쟁에 나설수 없다는 인식이 섰기 때문.

현장중심주의는 국내 영업 현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관리직 여직원 50여명을 영업부서로 전진배치했다.

효율적인 인원재배치와 함께 불필요한 관리조직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선 스피드와 조직의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

최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팀제를 도입하고 관리부서 직원을 영업일선에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젊고 빠른 조직만이 무한경쟁의 시대,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