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을 맞는 미자동차3사(빅3) 임원들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자동차시장 성장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빅3는 지난해 신차가격을 평균 5%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93년에 비해
9%에 육박하는 판매증가율을 기록한데 고무돼 득의만면하게 을해년을
맞았었다.

모두들 판매목표를 한껏 늘려잡았다.

공장가동률도 높였다.

올해 미 전체자동차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장상황을 가장 낙관했던 크라이슬러의 경우 올해 미자동차시장은 1천6백
10만대선에 달해 호황장세였던 지난해 보다도 1백만대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빅3의 예상은 그러나 여지없이 빗나갔다.

올한해 미자동차판매량은 1천5백만대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91년 1천2백30만대를 기점으로 3년연속 오름세를 보여왔던 자동차판매곡선
이 고개를 수그린 것이다.

올해 시장전망이 어긋난 것은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상여파를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모두 7차례에 걸친 FRB의 금리인상조치가 소비자들의
자동차구매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점을 도외시했다.

금리인상에 따라 소비자채무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점보다는 경기확장세에
수반된 전반적인 소득수준향상에 높은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반 부스만은 "2~3년만에 자동차를 교체
하던 소비자들이 요즘은 4~5년이상 끌고 다니는 추세"라며 고금리시대의
자동차소비패턴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웨파그룹의 조지 마글리아노는 "처음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할부금리부담이 높은 새차보다는 중고차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홍역을 치른 빅3도 이같은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도 전체자동차시장규모를 낮춰 잡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올해보다 10만대 줄어든 1천4백70만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각각 1천5백만대선으로 당초 예상치를 큰폭으로
하향조정했다.

빅3는 생산량도 이에 맞춰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초 미니밴 생산라인조정을 위해 일부공장가동을 중단했던
크라이슬러가 내년 1.4분기 5% 증산하는 것을 제외하고 GM과 포드는 각각
6%, 4%씩 감산할 예정이다.

외국계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일 닛산자동차는 미현지공장에서의 1.4분기 생산량을 10%가량 줄일 계획
이다.

혼다와 도요타는 각각 10%, 4%선으로 증산속도를 억제키로 했다.

모두가 내년초반에는 신차판매보다 재고처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11월말 현재까지 미전역의 자동차유통재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3백40만대선에 달하고 있다.

이는 75일간 판매할수 있는 물량으로 업계에서 생각하고 있는 적정재고량
보다 15일분이상 많은 상황이다.

빅3는 물론 시장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신차판매량의 40%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다목적 레저용차량
(SUV), 픽업트럭, 미니밴등의 마케팅활동에 주력, 예상되는 승용차시장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구상이다.

FRB가 이제는 금리를 내릴 차례라는 점에도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빅3가 내년 한해동안 판매부진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코메리카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리트맨은
"미경제성장세가 둔화돼 내년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개인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어 자동차업체들은 할인판매등 출혈경쟁에 나설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