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83)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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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점이라니까지. 여기 봐"
가환이 손에 들고 있는 주사위를 앵아에게 보이며 극구 변명하였다.
"그건 도련님이 주사위를 집을 때 살짝 돌려놓은 거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고. 도련님이 되어 가지고 우리 같은 것들을 속여
먹으려고.
그까짓 돈 몇푼에 양심을 팔다니"
앵아가 지지 않고 앙탈을 부리자 보채가 보다 못해 앵아를 나무랐다.
"너, 도련님에게 버릇없이 왜 그러니?
설마 도련님이 우리들을 속여먹으려고?"
하지만 보채도 가환이 주사위를 던졌을 때는 분명히 한 점이었는데
가환이 주사위를 집어들자 여섯 점으로 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환을 두둔해주는 듯한 그 말도 어떻게 보면 가환의 양심을
슬쩍 건드려보는 어투를 지니고 있었다.
이래저래 속이 상한 가환이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너희들 내가 첩의 아들이라고 업신여기는 거지? 보옥이한테는 너의들
절대 이러지 않을 거야"
가환의 입에서 듣기 거북한 말이 뱉어지자 보채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소란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보옥이 다가가서 가환에게 은근히
핀잔을 주었다.
"아니, 정초부터 사내자식이 울긴 왜 울어? 그것도 계집애들과 싸우다가
울다니.
계집애들은 멀쩡한데 말이야. 너, 날마다 학숙에 다디며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구나"
보옥마저 이러고 나오니 가환은 더욱 서러워져 풀이 죽은 채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가환이 그런 모습으로 돌아노는 것을 보고 간화의 어머니 조씨가 누구랑
싸웠느냐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가환이 자기가 앵아를 속여먹은 사실은 빼놓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조씨는 자기 서러움도 겹치는지 얼굴이 붉으라푸르락해졌다.
"이 녀석아,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애들과 놀지마. 왜 주책없이 그런
데 찾아가느냐 말이야. 분수를 알아야지"
조씨의 닦달지이 심해지가 가환은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희봉이 마침 그곳을 지나다가 들어와 보고 조씨를 진정시켰다.
"왜 언성을 높이고 그러세요? 환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무슨 잘못이
있으면 조용히 타일러도 될 텐데 어린아이에게 할말 못할말 마구 쏟아
놓으면 어떡해요?
얘, 환아, 이리 나와봐. 내가 좋은 데 데리고 갈게"
희봉은 조씨와 가환을 일단 떼오놓을 요량으로 가환을 불러내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
가환이 손에 들고 있는 주사위를 앵아에게 보이며 극구 변명하였다.
"그건 도련님이 주사위를 집을 때 살짝 돌려놓은 거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고. 도련님이 되어 가지고 우리 같은 것들을 속여
먹으려고.
그까짓 돈 몇푼에 양심을 팔다니"
앵아가 지지 않고 앙탈을 부리자 보채가 보다 못해 앵아를 나무랐다.
"너, 도련님에게 버릇없이 왜 그러니?
설마 도련님이 우리들을 속여먹으려고?"
하지만 보채도 가환이 주사위를 던졌을 때는 분명히 한 점이었는데
가환이 주사위를 집어들자 여섯 점으로 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환을 두둔해주는 듯한 그 말도 어떻게 보면 가환의 양심을
슬쩍 건드려보는 어투를 지니고 있었다.
이래저래 속이 상한 가환이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너희들 내가 첩의 아들이라고 업신여기는 거지? 보옥이한테는 너의들
절대 이러지 않을 거야"
가환의 입에서 듣기 거북한 말이 뱉어지자 보채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소란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보옥이 다가가서 가환에게 은근히
핀잔을 주었다.
"아니, 정초부터 사내자식이 울긴 왜 울어? 그것도 계집애들과 싸우다가
울다니.
계집애들은 멀쩡한데 말이야. 너, 날마다 학숙에 다디며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구나"
보옥마저 이러고 나오니 가환은 더욱 서러워져 풀이 죽은 채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가환이 그런 모습으로 돌아노는 것을 보고 간화의 어머니 조씨가 누구랑
싸웠느냐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가환이 자기가 앵아를 속여먹은 사실은 빼놓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조씨는 자기 서러움도 겹치는지 얼굴이 붉으라푸르락해졌다.
"이 녀석아,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애들과 놀지마. 왜 주책없이 그런
데 찾아가느냐 말이야. 분수를 알아야지"
조씨의 닦달지이 심해지가 가환은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희봉이 마침 그곳을 지나다가 들어와 보고 조씨를 진정시켰다.
"왜 언성을 높이고 그러세요? 환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무슨 잘못이
있으면 조용히 타일러도 될 텐데 어린아이에게 할말 못할말 마구 쏟아
놓으면 어떡해요?
얘, 환아, 이리 나와봐. 내가 좋은 데 데리고 갈게"
희봉은 조씨와 가환을 일단 떼오놓을 요량으로 가환을 불러내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