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물가불안이 없는 튼튼한 경제를 만들자.

세계 11위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경제가 물자 공급능력에 부족함이 있을 리
없고, 세계 12위 교역규모에 수출능력도 1,000억달러를 넘어섰는 데 이제
부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아보자.

오히려 높은 국내 물가수준을 더 떨어뜨려 실질소득을 올려보자.

지난 19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는 한국
의 임금인상률이 생산성향상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96년중 인플레이션 위험
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9.0%대의 고성장이 내년에는 7.5%,내후년에는 7.0%로 연착륙하면서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최대 정책현안이 되리라는 분석
이다.

작년에 비해 올해 성장률은 올라갔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려가 내년
에는 건전한 안정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국내 관변 연구소들의 기대감에
우려를 던지고 있다.

경기양극화 현상을 경제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
들이지 않는 불균형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올 한햇동안의 경기활황은 대부분 16.2%에서 25.4%로 급격히 가속화된 실질
수출신장에 힘입은 것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 자동차 전자 조선에
꾸준히 투자해온 노력이 작년 3월에 촉발된 슈퍼 엔고를 계기로 성과를 얻은
것이다.

높은 금리를 물고 부도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를 감행해온 기업의 모험결과
얻은 수익을 놓고 혹시나 흑자기업 내부에서 보상갈등 노사분규가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출이 늘었어도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슈퍼 엔고
의 반사이익이 곧 이어질 원화절상 과정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음을 시사
한다.

수출증대에서 얻어진 수익은 원화절상에 대비한 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투자에 쓰여져야 한다.

80년대 후반의 무역흑자가 분배갈등, 낭비적소비, 거품투자로 이어졌을 때
우리가 겪은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운용은 이제 첫째 물가를 잡아 실질소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계에서 제일 값싸고 질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마음놓고 사업을 벌이고 투자를 할수 있게 자유를 주는 대신 철저히
경쟁하여 국민과 거래기업을 고객으로 모시고 우수한 제품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국내외 가격차가 심한 시장부터 실질적인 개방을 확대하여 가격인하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이에 따른 실질소득의 증가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는 길만이 기업의 생존법칙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실효성 없는 행정보호와 자율성을 주지 않는 정부 지원대책을 폐지
하고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 원하는 방식에 의해 금융관계와 수급거래 관행
이 형성되도록 중소기업 대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물가 안정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개방과 경쟁만이 인플레 불안에서 해방되는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