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78)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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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쥐들이 물었지. 어떤 식으로 둔갑술을 부려 토란을 훔쳐올 것인가
하고 말이야.
그 쥐가 대답했지. 슬쩍 토란으로 둔갑을 하여 토란더미 속으로 굴러가서
토란을 훔쳐오겠다고 말이야.
다른 쥐들이 감탄을 하며 부탁을 하였지. 우선 지금 여기서 둔갑술을
부려 토란으로 변해보라고.
그 쥐가 그럼 변해보겠다면서 다른 쥐들앞에서 둔갑술을 부렸지.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말이야.
토란으로 변한다고 해놓고는 벌거벗은 처녀의 몸으로 변했거든.
물론 그 몸이 길쭉한 토란 줄기를 닮기는 하였지.
다른 쥐들이 손뼉을 치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아니 깔깔대고 웃지는
않았겠지.
찌이익 찌이익 웃으면서, 그 쥐를 놀려대는 거야.
에게게, 처녀로 변해놓고는 어떻게 토란을 훔친다는 거야 하면서 말이지.
그때 그 쥐가 변명했지.
토란을 향옥이라고도 하는데, 진짜 향옥은 바로 순염어사 임대감 댁
딸이다 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이번에는 진짜 토란으로 둔갑을 하는 거야.
그래서 그 쥐는 토란을 훔치는 일을 맡을 수 있었지"
그러자 대옥이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보옥의 입을 한 손으로 누르고
한 손으로는 목을 누르고 어깨와 가슴께를 여기저기 꼬집었다.
"순염어사 임대감 댁 딸이라구요? 어디 비길 데가 없어서 나를 쥐에게
비겨요? 아유, 망측해"
보옥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걸하였다.
"아이구, 아이구, 내가 잘못 했어. 대옥이 몸에서 나는 향내를 맡고
있으려니까 그런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번 해본 거야.
놀리려는 뜻은 없었어"
"호호호, 무슨 옛날 이야기를 했길래 그리 혼이 나요? 나도 좀 들어
보자구요"
어느새 들어왔는지 보채가 문께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대옥이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앉으며 보채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보옥도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난 또 누구시라구. 후비 앞에서는 그 유명한 전익의 시 "파초"
첫머리도 잘 기억하지 못해 쩔쩔매던 보옥 오빠가 옛날 이야기는 잘도
기억하여 들려준 모양이죠?
하긴 태어날 때부터 옛날 이야기로 뱃속이 가득 차 있었을 테니까"
통령 보옥을 입에 물고 태어났으니 말해 무엇하겠느냐는 투였다.
보옥이 보채로부터 은근히 놀림을 당하자 대옥은 기분이 좋아져
생글거렸다.
보옥은 대옥의 마음이 풀린 것을 보고 적이 안심을 하였다.
무엇보다 식후에 식곤증에 시달리는 대옥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아침이나 낮이나 식곤증으로 잠을 수시로 자다 보니 대옥은 밤에는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
하고 말이야.
그 쥐가 대답했지. 슬쩍 토란으로 둔갑을 하여 토란더미 속으로 굴러가서
토란을 훔쳐오겠다고 말이야.
다른 쥐들이 감탄을 하며 부탁을 하였지. 우선 지금 여기서 둔갑술을
부려 토란으로 변해보라고.
그 쥐가 그럼 변해보겠다면서 다른 쥐들앞에서 둔갑술을 부렸지.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말이야.
토란으로 변한다고 해놓고는 벌거벗은 처녀의 몸으로 변했거든.
물론 그 몸이 길쭉한 토란 줄기를 닮기는 하였지.
다른 쥐들이 손뼉을 치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아니 깔깔대고 웃지는
않았겠지.
찌이익 찌이익 웃으면서, 그 쥐를 놀려대는 거야.
에게게, 처녀로 변해놓고는 어떻게 토란을 훔친다는 거야 하면서 말이지.
그때 그 쥐가 변명했지.
토란을 향옥이라고도 하는데, 진짜 향옥은 바로 순염어사 임대감 댁
딸이다 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이번에는 진짜 토란으로 둔갑을 하는 거야.
그래서 그 쥐는 토란을 훔치는 일을 맡을 수 있었지"
그러자 대옥이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보옥의 입을 한 손으로 누르고
한 손으로는 목을 누르고 어깨와 가슴께를 여기저기 꼬집었다.
"순염어사 임대감 댁 딸이라구요? 어디 비길 데가 없어서 나를 쥐에게
비겨요? 아유, 망측해"
보옥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걸하였다.
"아이구, 아이구, 내가 잘못 했어. 대옥이 몸에서 나는 향내를 맡고
있으려니까 그런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번 해본 거야.
놀리려는 뜻은 없었어"
"호호호, 무슨 옛날 이야기를 했길래 그리 혼이 나요? 나도 좀 들어
보자구요"
어느새 들어왔는지 보채가 문께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대옥이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앉으며 보채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보옥도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난 또 누구시라구. 후비 앞에서는 그 유명한 전익의 시 "파초"
첫머리도 잘 기억하지 못해 쩔쩔매던 보옥 오빠가 옛날 이야기는 잘도
기억하여 들려준 모양이죠?
하긴 태어날 때부터 옛날 이야기로 뱃속이 가득 차 있었을 테니까"
통령 보옥을 입에 물고 태어났으니 말해 무엇하겠느냐는 투였다.
보옥이 보채로부터 은근히 놀림을 당하자 대옥은 기분이 좋아져
생글거렸다.
보옥은 대옥의 마음이 풀린 것을 보고 적이 안심을 하였다.
무엇보다 식후에 식곤증에 시달리는 대옥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아침이나 낮이나 식곤증으로 잠을 수시로 자다 보니 대옥은 밤에는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