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생중계 속에 15일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5.18 내란죄에 대한 헌법소원
종료결정은 그간의 재판운용상 껄끄러움 못지 않게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겨 외견상은 혼미정국 타개라는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선고취지를 천착하면 사정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원고의 소취하 존중이란 민소절차 원용의 다수의견으로 비록 절차상 헌재
소원은 이제 종료됐고 5.18문제는 선고 이전으로 되돌아가 법제정-수사를
병행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선고에서 소원에 대한 헌재의 실체적 의견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될 수 없다"는 검찰의 처분이 위헌인 것으로 명백해졌다.

이는 5.18 사태에 대해 헌재의 불투명하던 합헌여부 해석의 최초 표명
이어서 차후 소추나 재판에도 준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취지는 특별법 제정이나 광주사태 소추의 사후 위헌시비에 대한
국회-사법 주변의 우려를 씻을 결정적 계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헌재운영을 둘러싸고 너무 많은 문제점
들이 노출됐다.

따라서 우리가 이 속에서 찾을수 있는 진정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각
단계마다 관계자들이 범한 과오를 겸허하게 자인-반성함으로써 헌법질서
유지에 있어 유사한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이라
본다.

지난 7월의 서울지검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 선고가 나오기
까지를 돌아보면 심지어 재판부 자체와 당사자, 행정부 언론등 주변 국외자
들이 저지른 시행착오는 적지 않았다.

고의과실 또는 미숙이라도 좋다.

그점은 헌재의 선고, 특히 4명 재판관의 소수의견 소명에서 더욱 명백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지난달 23일 재판부는 "공소권 없다"는 서울지검 처분이 위헌이란
취지의 결정을 분명히 내렸고 이어 27일 결정문을 작성, 30일엔 그 내용으로
선고일정이 잡히고 당사자에 통고됐다.

사단은 11월23일부터 선고일 사이에 생겼다.

먼저 5.18특별법의 제정지시다.

헌재의 그런 평결을 미리 알고 지시가 나왔다는 추측의 빌미 제공도 문제
려니와 문안작성 후 선고만 남겨둔 시점에서 그런 조치가 헌재 권위에 일대
타격으로 인식됨은 당연하다.

그래도 헌재는 흔들림이 없어야 옳았다.

정부-정치권-소원자들이 헌재를 악용하건, 언론이 끝까지 앞지른 보도로
괴롭히건 헌재는 구애됨없이 당초 결정을 그대로 선고했어야 옳았다.

평결내용 사전보도도 잘된 일은 아니되 누출책임을 언론에 미룰수는 없다.

헌재의 역사 이제 7년여, 판례 축적도 없으니 완벽한 운영을 기대하긴
이르다.

그러나 이번처럼 단1표차로 국가 중대사를 좌지우지하는 권한은 "1인전제"
와 같아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헌재 자신과 타기관, 특히 대통령의 신중한 대응은 긴요하다.

기회를 놓친 듯한 아쉬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현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각 기관은 자기 체면에만 매이지 말고 양심이 명하는 대로 해야
나라일이 풀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