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기슭에 있는 샤모니에는 애절한 전설
한토막이 전해져 내려온다.

어느 신혼부부가 겨울의 몽블랑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신랑이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져 실종된다.

신부는 해가 바뀔 때까지 신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그 모습을 발견할수
없었다.

신부는 할수없이 몽블랑 산골에 초막을 짓고 살면서 신랑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런 가운데 어느덧 오랜 세월이 흘러 신부는 머리가 하얗게 된 노파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그 노파는 골짜가의 개울물속에 잠기어 떠내려 오고
있는 신랑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신혼여행때의 모습 그대로인 신랑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그 전설을 사랑의 모습에 반해 버린 몽블랑 산신여가
저질른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전설에 굳이 현대적인 해석을 내려 본다면 오랜 세월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몽블랑의 눈과 얼음이 갑작스러운 이상난동으로 풀리게
되어 냉동된 시신을 떠내려 오게한 것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어떻든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등 유럽의 중남부에
뻗쳐있는 알프스산맥의 수많은 봉우리들은 그 건설의 몽불랑처럼 언제나
변함없이 빙하와 만연설에 휩싸여 있다.

알프스라는 이름이 백색을 뜻하는 라티어에서 유래된 것도 그때문이다.

이것이 곧 알피니스트와 스키어, 관광객을 유혹하는 알프스의 더할수
없는 마력이자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이 로마에서 개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는 지구온난화현상으로 50년뒤엔 알프스산
허리에 눈이 사라져 스키를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0년이후 지금까지 알프스 일부지역의 선이 이미 100m나 올라간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지구온실요과의 가속화를 예방할수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그것이 필연적인 귀결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알프스지역의 뛰어난 경관이 가져다준 관광산업과 스키산업의
조락이 다가 오고 있음만을 경고해 주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 되어도 "눈이 없는 지구"가 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샤모니의 몽불랑 전설은 어쩌면 지구멸망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