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산업현장에 있는 3,500명의 노사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사한마당
대축제행사를 벌인 것은 우리나라 노사관계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특히 대립과 반목의 노사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영원한
동반자로서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생산적 노사관계를 이땅에 완전히
정착시키자는 산업현장 전반의 목소리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사화합선언은 일부사업장의 경영타개를
위한 몸부림이나 경영자에 대한 노조의 굴복정도로 치부돼 왔으며 일부
노동계에선 화합선언업체의 노조를 아예 어용노조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올해초 세계무역기구출범(WTO)이후 세계경제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바뀌고 국가경쟁력과 기업의 생산성향상이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르면서 산업현장의 노사는 회사를 살리기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노사화합 결의대회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노사화합을 바라보는 노동계와 재계의 부정적인
시각을 180도 바꾸도록 만들었으며 이번 대축제도 이같은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으로 볼수있다.

따라서 이날 잠실벌에 울려퍼진 화합의 나팔소리도 단순히 행사를
위한 외침이 아니라 국가경제발전과 기업경쟁력강화를 다지기 위한
산업현장의 힘찬 기적소리라고 할수 있다.

이날 노사가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도 국민경제발전과 생산성향상을
위해 노사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강조했고 노사안정의 기틀이 되는
상호신뢰구축과 근로자의 참여확대, 기업규모간 임금격차해소 등에도
적극 나설것을 천명했다.

이는 "노사불이"정신을 밑바탕으로 국가와 기업의 발전을 위해 노사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서겠다는 약속이다.

물론 산업현장에는 아직도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산적해
있다.

정부로부터 법적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출범과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등은 안정기에 접어든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평화에 대한 개별사업장의 의지와 열기를
결집시켰다는 것은 국내 노사관계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점과
노사화합의 불가피성을 다시한번 확인해주는 기회였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내년도 산업현장은 이같은 불안요인으로 인해 다소 혼란에
빠질지 모르지만 산업현장 전반에 흐르고 있는 생산적 노사관계의 커다란
줄기는 꺾이지 않으리란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제 산업현장 노사는 "어떻게 하면 노사갈등을 해소 하느냐"란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세계초일류의 기업으로 성장하느냐"란 과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