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시장의 여러가지 특징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여타 선진주식시장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이다.

미국등 선진국의 주식시장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식 소유비중의
경우 50%를 상회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3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도 이와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역할을 제고
시키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로는 96년부터 투신업 진출을 대폭 완화하고 외국의 자산
운용회사들의 국내 투신업 진출 허용을 들수 있다.

이와 같은 기관육성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한국주식시장도 기관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조치는 시장경쟁의 원리가 도입되는 것을 촉진시키고 신상품 개발과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자산운용기법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조치들이 양적으로 기관화를 이룰지는 몰라도 질적인
기관육성을 위해 좀더 추가적인 배려가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보다 앞선 미국의 자산운용사업을 보자.

미국의 자산운용회사들의 도약은 회사형 뮤추얼 펀드의 주도적인 역할에
기인한다.

이와같은 역할은 다음의 몇가지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자산운용의 책임소재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가 누구인지 알려진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수익증권을 살 경우 그 수익증권을 누가 운용하는지를
알수 없다.

둘째 운용만기구조가 회사형이므로 매우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대개 길어야 3년 혹은 5년으로 투자운용에 단기적인 수익률을
쫓게 된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관이나 단기적인 수익률에 치우치고 있다.

이와같은 장기투자가의 부재가 현재 한국주식시장의 가치가 내재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펀드의 공시제도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펀드의 보유종목이 무엇인지, 최근 수년간 수익률이 어떤지, 누가 펀드를
운용하며 펀드 매니저의 성과는 시장과 비교해서 어떤지가 분기별로 공시
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일반 개인들이 어떤 펀드를 사는 것이 좋은
지를 추천하는 조사기관들이 수없이 많다.

즉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로 돈이 들어오게 되어있는 시장기능이
정립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피델러티사의 마젤란 펀드를 보자.

피터린치가 77년 2,000만달러(150억원)로 시작하여 90년 은퇴할 때까지
132억달러(10조원)로 무려 660배 늘어났다.

뛰어난 자산운용과 이를 사려는 고객의 신규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
결과다.

한국과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일본도 미국과 유사한 뮤추얼 펀드
를 도입하였다.

일본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뮤추얼 펀드로부터 자금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주식시장이 지난 8월4일 1만4,485엔을 찍은 이후 10월말까지 29% 상승
함에도 불구하고 1조2,500엔이 빠져나갔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회사형 뮤추얼 펀드의 역사가 일천하여 자산운용의
투명성이 아직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의 일이다.

빠른 시일내에 자산운용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기대해 본다.

이와같이 자산운용의 투명성이 보장될 때 정상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고
고객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자산운용의 투명성 없이 전문인력 생성은 물론 자산운용사업의 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

회사형 뮤추얼 펀드 도입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김홍곤 <대우증권 국제영업부 과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