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67)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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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집애 나이는 얼마야?"
명연도 그제서야 방바닥에 흩어진 옷들을 주워 입으며 대답했다.
"나이는 잘 몰라요. 열여섯이나 되었는지"
"아이구 이 녀석아, 나이도 물어보지 않고 계집을 건드려? 알만하군
알만해.
그 계집도 그렇지. 너같은 녀석에게 몸을 맡기다니 자기 신세가 어떻게
되려고.
그래 계집의 이름은 뭐야? 그것까지 모르지는 않겠지"
"이름이야 알지요. 하도 특이해서"
명연이 건드린 여자들중에서도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여자만 기억한다는
어투였다.
"특이한 이름이라? 뭔데?"
보옥이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만아라고 해요.
그 애의 말이 어머니가 자기를 낳을때 태몽을 꾸었는데, 한필 가까운
비단이 펼쳐지면서 그 비단에 다섯가지 빛깔의 모란꽃과 죽 잇달아
수놓인 만자 무늬가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그애 이름을 만아라고 하였답니다"
"만 자 무늬라? 부처님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길상의 표시가 아니냐?
참 신기한 태몽이로군.
언젠가 그 계집에게 어떤 행운이 찾아들지도 모르겠구나"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명연이 보옥을 쳐다보니 보옥은 어떤 생각에
골몰히 젖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서 명연은 보옥이 이번 일을 가지고 더이상 자기를 구박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보옥의 비위를 더욱 맞추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슬쩍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도련님도 연극 구경이 재미가 없어 나오신 것 같은데 아예 가진
대감댁을 나가 멀리 바람이나 쐬다 올까요?
저녁때 돌아오기만 하면 되잖아요"
명연의 말을 듣는 순간, 보옥은 시녀 습인이 오늘 아침에 자기 부모를
뵙고 오겠다면서 영국부 근처 자기집으로 간 일을 떠올렸다.
"그래 좋아. 우리 습인이네 집으로 가자. 지금 습인이 자기집에 가
있으니까"
명연은 집안 어른들이 알면 도련님이 고작 시녀집으로 놀러갔다고
혼을 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서도 보옥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부에서 반리 길쯤 떨어진 습인의 집에 이르자 습인과 습인의
어머니, 오빠 화자방들이 황급히 나와 맞이하였다.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보옥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 하며 우왕좌왕
하였다.
그런 와중에 보옥과 습인이 서로 주고 받는 시선에는 따뜻한 정이 배어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
명연도 그제서야 방바닥에 흩어진 옷들을 주워 입으며 대답했다.
"나이는 잘 몰라요. 열여섯이나 되었는지"
"아이구 이 녀석아, 나이도 물어보지 않고 계집을 건드려? 알만하군
알만해.
그 계집도 그렇지. 너같은 녀석에게 몸을 맡기다니 자기 신세가 어떻게
되려고.
그래 계집의 이름은 뭐야? 그것까지 모르지는 않겠지"
"이름이야 알지요. 하도 특이해서"
명연이 건드린 여자들중에서도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여자만 기억한다는
어투였다.
"특이한 이름이라? 뭔데?"
보옥이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만아라고 해요.
그 애의 말이 어머니가 자기를 낳을때 태몽을 꾸었는데, 한필 가까운
비단이 펼쳐지면서 그 비단에 다섯가지 빛깔의 모란꽃과 죽 잇달아
수놓인 만자 무늬가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그애 이름을 만아라고 하였답니다"
"만 자 무늬라? 부처님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길상의 표시가 아니냐?
참 신기한 태몽이로군.
언젠가 그 계집에게 어떤 행운이 찾아들지도 모르겠구나"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명연이 보옥을 쳐다보니 보옥은 어떤 생각에
골몰히 젖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서 명연은 보옥이 이번 일을 가지고 더이상 자기를 구박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보옥의 비위를 더욱 맞추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슬쩍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도련님도 연극 구경이 재미가 없어 나오신 것 같은데 아예 가진
대감댁을 나가 멀리 바람이나 쐬다 올까요?
저녁때 돌아오기만 하면 되잖아요"
명연의 말을 듣는 순간, 보옥은 시녀 습인이 오늘 아침에 자기 부모를
뵙고 오겠다면서 영국부 근처 자기집으로 간 일을 떠올렸다.
"그래 좋아. 우리 습인이네 집으로 가자. 지금 습인이 자기집에 가
있으니까"
명연은 집안 어른들이 알면 도련님이 고작 시녀집으로 놀러갔다고
혼을 낼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서도 보옥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부에서 반리 길쯤 떨어진 습인의 집에 이르자 습인과 습인의
어머니, 오빠 화자방들이 황급히 나와 맞이하였다.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보옥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 하며 우왕좌왕
하였다.
그런 와중에 보옥과 습인이 서로 주고 받는 시선에는 따뜻한 정이 배어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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