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방 50주년인 금년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워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이제 대망의 1만달러 소득시대를 맞이했느가 하면 수출이 31년
만에 무려 1천배나 증가함으로써 1천억달러를 기록해 세계12위의 수출대국
으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64년 수출1억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하여 "수출의날"을 제정함으로써
수출주도형의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이후 우리는 매년 2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 10월28일에 드디어 1천억달러를 돌파했던 것이다.

64년에는 수출품목이 1백42개에 불과했고 수출대상국이 41개국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그품목은 7천6백95개에 달했으며 그 대상국은 2백15개국으로
확대돼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수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에따라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수출비중도 0.08%에서 2.24%로 크게
확대됐다.

그리고 수출의 비약적인 증가로 말미암아 우리는 국민소득 1백달러의
최빈국에서 31년만에 이제는 1만달러의 부국으로 등장하여 선진국의 대명사
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의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이 1만달러의 소득시대를 맞이하게 된것은 수출의 경제성정 기여율이
64년의 9%에서 이제는 48%로 크게 확대되어 수출이 고도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외형적인 성장과 비약적인 수출증가의 이면에는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자본주의 역사상 최단시일내에 고도성장을 달성한 만큼 거쳐야할
각단계가 단축되었기 때문에 외화내빈이라고 하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분명 자본주의의 제도는 있지만 그 원리가 부재하며 자본의 논리는 팽배
하고 있으나 그 윤리는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고도성장과수출확대를 뒷받침 하기위해서는 이제 정신적인
지주와 사상적인 바탕을 강화해야 할 단계에 와있다.

우리가 세계 12위의 수출대국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엄청난 무역
적자속에서 단순히 가공조립하는 후진국형의 수출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성과면에서 우리는 세계 35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미 10월말의 우리무역적자가 95억달러로서 금년에 100억달러의 무역적자
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적자규모가 우리경제규모로 볼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 그 내용도 원자재및 자본재의 수입에 따른 것이라고 해서 낙관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선진국형의 무역은 아닌 것이다.

특히 금년의 대미적자가 5배이상 증가하여 55억달러에 달했으며 대일적자는
사상최대규모인 1백30억달러를 기록하여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금년에 발족한 세계
무역기구체제(WTO)로 말미암아 몇년사이에 소득이 몇배로 증가하고 수출이
몇십배로 증가하는 시대는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정책역시 종래의 성장전략에서 발전전략으로 승화되어야
하며 수출확대에서 무역균형, 즉 수량전략에서 구조전략으로 그 차원을
높여야 할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세계무역은 국제분업에 의한 국가간 무역에서 공종간분어에
탈출함에 따라 종래의 국경무역에서 다국적기업에 의한 무국적상품무역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소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 즉 저급품보다는 고급품무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수출
구조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기술의 평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으며 또 한편에서는 생활필수품의
경우 기술진보로 말미암아 반영구제품이 등장하여 추가수요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출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더우기 우리 수출상품의
60%이상이 성숙기 혹은 쇠퇴기의 것이기 때문에 수출산업의 획기적인 구조
개편이 요청되고 있다.

21세기의 세계경제는 종래의 유형자산시대에서 무형자산시대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구조와 산업무역구조를 개편하여야 할것이다.

종래의 국민경제는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하는 유형의 3대생산요소(제1생산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미래의 국민경제는 기술 지식 정보라고
하는 무형의 3대생산요소(제2생산요소)의 결합과 제1생산요소와의 융합에
의하여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고도성장에 의한 고소득 그리고 이를 뒷바침하기 위한 지속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제2생산요소를 확보하여 국민경제의 차원을 높이는
"21세기 신경제운동"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무역적자해결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화를 통한 자본재산업을 육성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