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러브신과 액션연기를 내세운 한국 영화 4편이 잇따라 개봉
된다.

여균동 감독의 "맨?"과 강정수 감독의 "리허설", 신예 김상진 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 김성수 감독의 "런어웨이"가 2일부터 30일까지
차례로 선보이는 것.

"맨?"과 "리허설"이 성문제를 다룬 기성감독의 작품인데 반해
"돈을 갖고 튀어라"와 "런어웨이"는 액션으로 승부를 거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포르노에 대한 환상을 다룬 "맨?"은 물신화된 현대사회와 성의 상품화를
비판한 블랙코미디.

어린시절 아랫방에 세들어 살던 금발여자 메리를 광적으로 숭배하며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는 성충도(유오성), 온 세상을 포르노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환상의 소유자 성성이(여균동), 삼류 밤무대 가수로 산전수전
겪은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포르노 배우로 전락하는 미아(조민수)가
주인공이다.

온갖 장르를 버무려 놓은 듯한 구성과 "낯설게하기"의 기법이 눈길을
끌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

"리허설"은 젊은 남녀의 충동적인 사랑과 광기를 다룬 영화다.

백수건달 민수(최민수)는 연극 공연장에 밀린 돈을 받으러 갔다가
신출내기 연극배우 승혜(박영선)를 만난다.

텅빈 연극무대에서의 반강제적인 정사이후 여자는 육체에 눈뜨지만
남자는 단지 또 한번의 게임으로 여긴다.

미친듯이 섹스에 탐닉하던 둘사이는 승혜가 주연배우로 발탁되고
민수가 사채업자의 표적이 되어 쫓기면서 균열된다.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멀어지려는 승혜와 그녀에게 점차 빠져드는
민수.

과감한 노출과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돈을 갖고 튀어라"는 비자금파문과 관련 제작기간 내내 주목받았던
액션코미디.

예비군 훈련을 대신 나가주고 푼돈을 받아 생활하는 천달수(박중훈)가
자신의 휴면계좌에 입금된 100억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돈은 전직 대통령이 1,000억원을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산예치된
자금중 일부.

그는 시험삼아 인출한 3억원과 97억원이 든 통장을 손에 쥐고 은지
(정선경)와 쫓기는 신세가 된다.

"런어웨이"는 이기적이고 자신만만한 두 남녀가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거대조직에 쫓기던 중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는 내용의
액션스릴러.

컴퓨터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동희(이병헌)는 동작대교에서 교통사고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미란(김은정)을 발견한다.

둘의 불장난같은 짧은 사랑과 이별 앞에 엄청난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그들의 일상은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인다.

이들 영화는 젊은 세대의 성과 사랑, 폭력적인 현대사회의 단면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보다 포장에 치우친 나머지 "깊이는 없고 가벼움만 넘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