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정부가 은행들에 대해 부정한 자금의 예치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시사주간지 "더 유러피언" 최신호(11월30일-12월6일자)는 스위스정부가
은행의 고객정보공개특별법안을 준비중이며 내년에 이 법안을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의회는 약 1년간의 심의를 거친후 오는 97년쯤 관련법을 제정하게
될 것으로 이 잡지는 전했다.

더 유러피언지는 그러나 스위스정부가 추진중인 특별법안이 최근 공청회를
거치면서 은행업계의 로비로 정보공개규정이 당초안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베르나드 베르토사 제네바주(캔톤)검사는 해외의 검은 돈이
스위스은행에 은닉돼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은행측의 관련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은행들의 고객비밀유지조항 때문에 검은 돈에 대한 추적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베르토사검사는 특히 노태우 전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은닉설과 관련, 오늘날
금융기술발달로 어떤 거액의 돈이 한국에서 취리히로, 취리히에서 뉴욕으로,
다시 뉴욕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제네바로 옮겨오는데 불과 2일밖에
안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 이 과정을 추적하려면 10년이나 걸린다며 부정자금에
대한 은행의 고객정보공개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연간 3천-5천건의 비자금은닉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아 이중 98%를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률미비등으로 수사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법무부는 현재 외국전직수뇌관련 수사중, 노전대통령과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전총리의 스위스은행계좌유무에 대한 한국과 캐나다정부의
수사요청자료를 검토중이다.

[브뤼셀=김영규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