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지난 10월의 산업활동동향은 경기상승세가 둔화되는
국면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생산과 소비증가율은 둔화되고 재고증가율은 높아졌다.

제조업체의 가동율도 계속 내리막이다.

다만 투자가 근근히 이어져 급강하를 막아준 정도였다.

경기사이클이 정점을 돌아서는 모양새라고 요약할 수 있다.

10월의 이같은 양상은 11월에 가서는 더더욱 냉랭한 분위기를 띨 것
같다는게 연구기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실제로 미처 생산을 못해댈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자동차업계들은 재고가
급증하면서 할인판매에 들어갔다.

백화점들의 매출도 급격히 줄고 있고 가구등내구소비재 출하도 감소하고
있다.

연구기관들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당초 7.9%로
보았던 4.4분기의 경제성장율을 7.8%로 낮추었다.

산업연구원(KIET)도 7.8%에서 7.7%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민간연구소들도 4.4분기 전망치를 당초예상 보다 0.1~0.3%포인트씩 낮추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반적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자금파문이 겹쳐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킨 탓이라는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이대로 가면 내려가는 속도는 예상외로 급격해질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연착륙"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통계청은 "아직 하강국면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생산과 소비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투자지표들이 아직도 상승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1~2개월 정도 더 지켜 보아야 경기의 향방을 진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10월동향을 보면 3.4분기에 감소세를 보였던 건축허가증가율이 2%
증가로 돌아섰고 건설수주액은 3.4분기에 31.2% 증가한데 이어 10월에는
32.2% 증가로 증가폭이 커졌다.

국내기계수주액도 0.9% 증가에서 6.6% 증가로 오히려 증가폭이 커졌다.

실물사이드에서 위축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상승이나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가 아직 양호하기 때문에 섯불리 상태를 단정짓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통계로 나타나는 경기사이클도 실제로 아직은 "상승국면"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의 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9월보다 0.3포인트가 높아졌다.

6개월정도 앞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0.9포인트 상승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 6월부터, 선행지수는 7월부터 감소내지는 정체
를 지속해 왔다.

이번에 이들 수치가 한꺼번에 상승으로 반전된 것은 경기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거나 정점부근에서 머뭇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설명
하고 있다.

하지만 11월들어서는 실물경제의 현장에서 한결같이 한파를 겪고 있는게
사실이고 이같은 상황은 이달말로 가면서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

부도업체수는신설법인수를 상회하면서 늘고 있고 건설업계의 미분양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생산과 출하가 위축되고 있다.

10월까지 나타난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11월들면서 급강하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경기예측기관들은 지금쯤은 경기의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물거리는 사이에 경기가 지나치게 급랭하고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경기
하강이 가속화될 경우 내년경제가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 양상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 정만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