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업이 첨단 경영병기 "아웃소싱"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아웃소싱은 업무의 일부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영기법.

사상 최초로 미주가지수를 5000포인트이상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
"리스트럭처링"도 알고보면 "아웃소싱"이 있었기에 성공한 것이었다.

미기업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회사업무의 일부를 밖으로 떼내는
"초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회사문을 닫아 걸고 모든 것을 직접처리하던 "폐쇄형" 경영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내회사와 남의 회사를 구분짓는 경계선도 희미해지고 있다.

미기업을 90년대 침체기에서 끌어내 21세기의 강대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는 아웃소싱열기를 추적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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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IBM이 "기업해체"를 맹렬히 추진하고 있다.

90년대초부터 대규모 인원합리화에 착수한 IBM은 종업원수를 절정기의
거의 절반인 22만명으로 잘라버렸다.

삼성이나 현대그룹만한 기업이 통째로 없어진 셈이다.

해고를 다반사로 하는 미국업계에서도 전례없는 대규모 감축이었다.

IBM은 이같은 축소전략을 위해 인력회사에서 파견한 수천명의 사원을 활용
했다.

인사 보험.연금사무 비서 사내정보시스템운용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외부
인원을 받아들여 해고로 공석이 된 일자리를 메웠다.

IBM은 해고하지 않는다는 소위 "논레이오프"정책을 내걸었던 가족주의적
기업.

그러나 이 회사직원들은 이제 사내에서 낯선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자연스럽게 돼 버렸다.

IBM이 아웃소싱에 들어간 것은 지난 92년.

대형기기의 판매부진에 따라최초로 적자를 기록한 이듬해였다.

아웃소싱 3년째를 맞는 IBM에서는 이제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비서"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아웃소싱이전까지 이사 비서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는 연간 5만6천달러
(상여금 포함)였다.

그러나 인력회사가 파견한 비서들에게 드는 급료는 총 4만1천달러이다.

인력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1인당 2천5백달러)를 빼도 연간 1만2천5백달러
가 절감되는 셈이다.

인건비 절감뿐이 아니다.

IBM은 출장정산과 전화교환등도 인력회사에 맡기고 있다.

IBM은 이들 업무에 3천7백50명의 정사원을 채용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3천명의 파견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해당업무에 숙달된 이들 전문인력들은 노동 생산성을 한층 높였다.

결국 인원절감과 노동효과라는 이중효과가상승작용을 일으켜 IBM은 연간
6천만달러를 절약하고 있다.

덕분에 90년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IBM은 지난 94년 영업실적을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리스트럭처링을 일단락하고 현재 종업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매출을
늘리는 "성장노선"으로 들어섰다.

미업계에는 아웃소싱이 완전히 정착됐다.

미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95년 6월 현재 아웃소싱을 실시하는
미기업은 45%.

전년동기(27%)에 비해 크게 늘었다.

위탁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제록스는 정보시스템의 운영.관리를 세계 최대의아웃소싱기업인
일렉트로닉 데이터시스템(EDS)에 전면 위탁했다.

계약액은 10년간 32억달러.

아웃소싱 사상 최대규모이다.

제록스의 정보부문 인력 1천7백명은 모두 EDS로 적을 옮겼다.

세계 최대의 PC업체 미컴팩컴퓨터는 올 봄 일부 저가PC개발.제조부문을
떼내 한 대만기업에게 맡겼다.

위탁을 금기시하던 이 회사로서는 큰 노선전환이었다.

변신의 목적은 원가절감만이 아니었다.

"시간을 벌자"는 것이 더 큰이유였다.

시장이 워낙 급변하다보니 신제품 투입이 조금만 늦어져도 불량재고가
엄청나게 쌓게 마련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이 바로 아웃소싱이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대기업병을 피하기 위해서
라도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밴자민로젠 컴팩회장)

미기업들 사이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자원을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집중지향"의 경영이 유행하고 있다.

비주력사업은 모두 외부에 맡긴다는 개방성, 유연성이 아웃소싱붐의
원동력인 셈이다.

미기업이 90년대들어 대규모인원삭감에 들어간 것도 "아웃소싱"산업이
버티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폐쇄형"옷을 벗고 아웃소싱이라는 "개방형"새옷을 갈아입고 있는 미
기업들의 변신이 주목된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