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의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현재 무역수지적자는 통관기준으로 1백14억달러에 달함으로서
96억달러를 기록했던 91년의 적자수준을 이미 돌파하였다.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 1백14억달러를 기록했던 88년으로부터 7년만에
사태가 1백80도 역전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역수지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세가공형 산업구조를 갖고있는 우리경제로서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추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수주도형 고율성장을 이룩해 나아가는데서 오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지난해와 금년도의 경제상황은 지난90년 91년중의 경제상황과 거의 모든
면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수에 의존한 고율성장이 무역수지의 급속한 악화를
초래하게 되는 현상이 4년만에 정확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91년의 경우에는 그러했듯이 금년들어서도 수출증가율은 35%에 달하고 있어
지난해 수준(17%)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3.4분기까지 10%에 달하는 높은 성장율이 내수주도형 이라기 보다는
수출주도형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 원료 부품 소재및 기계류의 상당부분을 외국에서 조달하여야 하는
보세가공형 산업구조하에서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만이 무역수지개선과
고율성장을 양립시킬수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은 결코 초래될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고율성장하에서 무역수지가 현재와 같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자체는 현재의 고율성장이 내수주도형임을 정확히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출증가율이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그것을 능가하는 수입증가율이
문제인데, 이는 수입중 수출수입보다는 내수용수입이 급속히 증대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수출보다는 내수가 주도하는 높은 성장율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수출경쟁력의 상실과 국내시장의 확대가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작품인 것이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수출경쟁력 문제 못지 않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국내
시장의 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현상이다.

1980년대 후반 3저현상에 의한 3년연속 고율성장(년평균 12%)에 힘입어
지난 90년의 국민소득수준은 지난85년 수준을 두배이상 능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상승등에 의해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할때 그로인하여 국내기업들이 그들의 경영전략을 종래의 수출위주에서
국내시장위주로 전환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90년대 들어 내수에 의존한 고율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하에서 국제경쟁력약화는 수출부진뿐만 아니라 수입촉진을 동시에
초래함으로서 과거 70년대나 80년대에 경험한 수출부진만에 의한 무역수지
악화와는 비교가 안될정도의 빠른 속도와 규모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만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시장이었던 미국과의 무역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의 기간중 우리의 미국에대한 수출은 절대적으로
감소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수출경쟁력의 상실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수위주의 고율성장을 2년째 계속하던 91년에 와서는
드디어 우리의 대미국 무역수지가 그간의 흑자로부터 적자로 반전되기에
이르렀고, 금년들어서는 8월말 현재 적자규모가 50억달러에 육박함으로서
지난해 수준의 10배에 이르고 있다.

이와같은 대미국무역수지의 급격한 악화는 금년들어 우리경제가 10%의 높은
실질성장율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수입이 48%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수출증가율은 16%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및 유럽연합과의 무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수지적자는 91년에 약 50%나 증대된바 있고 91년과 상황이
비슷한 금년에는 8월말현재 지난해보다 40%나 증대되었는데, 80년대초
수출용수입이 대부분이던 수입이 이제는 주로 내수용수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과의 무역수지는 91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고 금년들어 8월말
현재 적자규모가 20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60년대초부터 추진되어온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전략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공업부문을 거대한 하나의 보세강공공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또한 국민소득의 규모가 적은 상황하에서는 기업의 사적 이해나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본 사회적이해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것으로 일치될수 있었다.

그결과 거대한 보세강공공장은 그나름대로 설립취지에 맞게 충실히 가동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소득의 규모가 커지고 상황하에서 내수의존형 경영으로도 어느
정도의 기업생존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수출에 대한 기업의 사적 이해와
국민경제적 이해는 더이상 일치되지 않게 된다.

긍국적으로는 보세강공형 산업구조의 개선이 요구되나 그에 이르기전까지는
성장율의 적정화를 이룩하면서 기업부문의 수출의욕을 중대시키는 노력이
거국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