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위주의 각종 국내제도와 미성숙한 업계관행이 해외건설의 제2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자금동원력이 강조되는 수주패턴의 변화, 개발형 투자사업의 급증등
세계 건설시장구조가 새롭게 짜여지는 상황에서 국내 해외건설관련 규정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첨단 무기가 판을 치는 해외시장에서 전투를 벌이고있는 병사(건설
업체)들의 유용한 무기(지원책)가 되어야할 국내제도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업계의 푸념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해외건설시장의 변화를 감안할때 지원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금융
이다.

BOT(공사를 완공하고 시설물을 일정기간 이용한후 발주처에 되돌려주는
방식) BOO(시공한 시설물을 소유한채 운용,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 기획
제안형사업등 최근의 수주방식은 자금동원력의 대결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국내에도 해외건설을 지원하는 금융제도가 하나 있기는 하다.

연불금융이 그것으로 국내 제조업체가 선박 산업설비등을 수출하거나 건설
업체가 공사를 수주했을때 수출입은행이 외국발주처 대신 일정액(연간
업체별 2억달러, 공사건별 1억달러)을 제공한뒤 최고 10년간에 걸쳐 자금을
회수하는 수출촉진제도이다.

그러나 이제도는 건설업에 있어서만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난 85년 도입이래 건설공사 연불금융 지원사례는 한건도 없다.

지난달 일부 완화되긴했지만 외화가득률이 30%를 넘거나 국내 기자재및
인력을 상당수 사용하고 공사선수금이 15% 이상일때만 자금지원이 가능하다
는 등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안에서 지원된다.

이에따라 가격경쟁력을 위해 외국의 인력및 자재 기기등을 사용할수밖에
없는 국내업체들도 연불금융을 포기하고 자체금융을 동원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건설공사계획 자금동원계획등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 연불금융을
이용하려해도 선박 산업설비등 제조업에 밀려 실질적으로 지원이 불가능
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와관련, "해외공사수주는 단순한 물품수출과는 달리
민간외교 국가이미지제고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제조업과 건설업의 연불
금융지원액을 구분해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형 투자사업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부동산 취득을 불허하고
골프장등 레저시설의 개발을 규제하는 것도 후진국형 제도로 분류되고 있다.

외국현지의 사정을 감안치 않는 대표적인 국내형 규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외국에서는 단계적 개발사업이 일반화돼 있고 골프장등 레저시설은 주택
단지 조성때 필수부대시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사업 선점을 위해 단계적 사업에 필수적인 부동산취득은 절실
하다고 업계는 말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해외지점 독립채산제를 불허하는 조항도 기동력과 자금운용폭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주사업이나 개발사업의 추진초기에 해외의 장기저리자금을 이용해 신속히
대응해야 하나 현재는 해외거주자로 분류돼 지점의 해외금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사명의로 해외자금을 차입해야 하는데 국내 원천소득과세대상이
돼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와함께 수주및 개발정보의 중요도가 차츰 더해가는 해외시장에서 해외
공관운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어느 국가에서나 현지정보 수집의 비중이 커져 가고 있는 대사관이 각부처
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되다보니 정보교환등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건설업체들의 행태도 일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들
은 자평하고 있다.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과당수주경쟁이 근절되지 않고 있고 현지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해외건설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