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73년부터 약 2년간 공해병인 만성위장염으로 고생하던중
주위의 권유로 조깅을 해보았으나 혼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무료하고
따분해서 작심 5일밖에 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75년봄 "북부조기축구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침 새벽에 운동하러 나간다는 기분보다 동료들과 어울려
논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매일 노는 것인지 운동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재미있게
보내자는 생각이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축구회에 나가면서 속썩이던 만성위장염도
신기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후로 필자가 "북부조기축구회"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덕분에 부동산경기가 한창 좋았던 70년대를 요즘 유행어가 돼버린
"비자금"한번 만들어 보지 못하고 도봉구 창동의 제일은행 축구장
주위에서 맴돌며 보내고 말았지만.

우리 "북부조기축구회"는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다.

회원은 20대부터 60대까지 7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허정도
대유전기사장이 회장을 맡아 친목을 다져가고 있다.

과거 20년간 회장을 지낸 분들로는 한두한 아모레총판회사사장 김용봉
북부경찰서수사과장 강진명 한진리트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분들의 숨은 노고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북부조기축구회"의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 회원은 원로회원을 아버지 또는 형님처럼 따르고 원로회원은
젊은 회원을 아들 혹은 아우처럼 사랑과 끈끈한 정으로 보살피는
훈훈한 인간애는 우리모임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시합에 들어가면 철저한 승부근성으로 각자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결과 도봉구내에서는 구청장기대회 우승컵을 10여차례나 차지했으며
서울시 연합회 대회에서도 단일 조기회로 준우승까지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본회출신 10여명이 인근의 도봉구 생활체육축구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체육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모임은 매년 지역 불우청소년 5명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매일 지저분한 운동복을 군말없이 세탁해주는 회원부인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봄에는 가족야유회 가을엔 가족체육대회를 열어 회원부인들간의
친목도 이제는 상당히 돈독해졌다.

앞으로는 우리 "북부조기축구회"를 가족모두의 조기축구회로 발전시키고
이 모임에 대한 애정도 한층 더 쏟아부을 것을 다짐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