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들이 남아공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산적한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공장설립시에는 부지선정 문제에서, 생산단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상이한 가치관과 근무태도, 저생산성, 집단행동 등과 부닥쳐야 한다.

이어 생산제품을 메이저업자나 도소매업자를 통해 판매할때 장애물은 더욱
크고, 힘겹게 거둔 수확을 송금할 때까지 불편함은 지속된다.

현지 진출한 기업인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시장의 높은 장벽을 지적했다.

바로 "울워스" "피큰페이" 등 이른바 7대 메이저가 대형 유통시장을 과점
하면서 견고한 "배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체인들은 첫 진출한 "무명의" 외국업체들과는 거래를 않다가 2~3년
동안 관찰하면서 신용을 타진한 후에 거래를 개시한다.

메이저들은 이때 거래폼목에 대해 "독점판매권(Sole Distributorship)"을
주장한다.

때문에 기업은 동일제품을 다른 유통체인에 납품할 수 없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매출을 확대하려면 다품종 소량체제를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기업은 시장이 확보된 상태에서 마케팅기법만
개발하면 된다. 하지만 시장이 막혀 있는 여기에서는 중소기업이라도 생산
규모나 배달체제 사후관리시스템 등에서 대기업만큼 투자해야 한다"고 현지
에서 6년간 거주해 온 아연무역 김형호대표는 말했다.

첫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신용이 쌓여 메이저들과 거래를 열때까지 오랜
기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도 예비자금은 요구된다.

거래선물색에 앞서 기업들은 상품의 주고객층을 먼저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백인 흑인 아시아계유색인 등 인종간에 소득수준 격차가 클 뿐더러 각
인종내에서도 빈부의 차이가 크다.

이에따라 메이저 체인과 도소매업자들은 저마다 고유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주고객층을 정한 기업이 거래를 열때 도매상들은 메이저체인들처럼 으레
독점공급권을 요구한다.

이 때 두말없이 수락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진출기업인들은 충고한다.

만약 우리식대로 다른 업자와 동시에 협상을 벌이면 시장진출이 막히고
만다.

도매업자들은 긴밀한 연락망을 갖고 있어 거래선에 대한 동태를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자들은 공장부지를 선정하거나 흑인들을 고용할 때에도 어려움을
만난다.

대중버스 지하철 등 공공교통망이 미비돼 있는 실정에서 흑인노동력을
겨냥하는 기업들은 흑인집단 거주지 근처에 공장부지를 선정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대개 약탈 등 치안불안에 시달리거나 전기와 수도설비
등이 부족하다.

더욱이 고용해야 하는 흑인노동력은 타국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시장조사회사 모니터사가 최근 자동차 한대를 생산하는데 투입하는 노동
시간을 조사한 결과 남아공(63.5시간)이 다른 신흥시장 멕시코(24.3시간)
보다 2.6배나 높았다.

차량한대당 노동임금도 남아공(3백55달러)이 멕시코(1백4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백20만명의 남아프리카노조회의(COSATU)가 이끄는 강력한 남아공 노조들이
수년간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을 위해 극렬한 노동쟁의를 벌여온 결과
이다.

노동임금은 올들어서만도 9월까지 12% 이상 올랐고 90년 이후 매년 15~20%
인상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파업횟수가 올들어 크게 줄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악조건속에서 얻은 영업이익을 본국에 송금할 때 또 한
차례 곤란을 느낀다.

배당소득이나 기업이윤을 자유롭게 송금할 수는 있으나 환수수료가 약
2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엄격한 외환통제로 환차익을 거두려는 정부정책에 기인한다.

은행들은 외형상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지만 서비스개념은 크게 부족,
"노 서비스 온리 차지"란 말이 남아공주재 외국인들 간에 유행되고 있다.

일례로 은행들은 대사관 직원들에게조차 현지화 란드로만 통장개설을 허용
한다.

외국대사관에는 달러계좌를 열어 주는 국제적인 관례도 이 곳에서는 통용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공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남아공정부는 이곳이 신용사회라고
자랑하지만 사실 신용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 관계자는 대사관 건물수리를 요청할 때에도 선금을 주어야 일이 착수
된다고 말했다.

대사관에서 고장난 컴퓨터 수리를 요청했으나 수리업자는 고치지도 못하고
수고료만 청구하더라는 것이다.

진출 기업들도 한두차례씩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공무원부패는 최근들어 심각해졌다.

상품을 수입할 때 잡화는 컨테이너당 약1백만원, 전자제품은 약2백만원을
세관원에게 바쳐야 한다는 말이 무역업자들간에 나돌고 있다.

수출입업자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때 세관원은 종종 랜덤체크가 아닌
아프리카식 전수검사에 돌입, 한달씩 하역이 지체되기도 한다.

삼성전자 송해복과장은 "현지시장개척에 밀수품이 가장 힘겨운 경쟁상대"
라고 털어놨다.

이밖에 계약때 문서를 철저히 읽어야 한다든지 외상거래를 절대 해선
안되는 것 등은 불문율이다.

"백인들은 계약서로 장난을 치는 경우도 허다하고 중국인이나 인도인은
구매액보다 다소 많은 물건을 고르고 초과분에 외상을 종종 청구한다.
이때 외상을 주면 그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외상거래는 "돈잃고 사람
잃는" 장사다"라고 무역업자 기효성씨는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