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는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대기업총수들과 관련임원 수행원등이 하루종일 들락거려
흡사 전경련회관을 서초동으로 이전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게할 정도였다.

이날 출두사실이 이미 알려진 최원석동아그룹회장 이건희삼성그룹회장
구자경LG그룹명예회장은 오전 9시55분~10시5분 사이에 잇달아 대검청사에
출두했다.

또 예정에 없던 이준용대림그룹회장도 오후 3시 출두했다.

한일그룹의 김중원회장은 오후 4시 50분께 소환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소감을 말해달라" "노씨에게 돈 얼마를 줬느냐"는 보도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곧바로 11층 중앙수사부조사실로 올라갔다.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은 이날 처음으로 검찰 청사에 발을 딛는 만큼
보도진의 관심을 끌었다.

이회장은 최회장보다 10여분 늦은 오전 10시4분께 검정색 벤츠승용차를
타고 출두.

이회장은 임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에게 뭔가 이야기
하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행원들이 그냥 들어가라는 눈치를 주자 6명의
수행원과 함께 고개를 숙인듯한 특유의 자세로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직행.

이회장은 이날 밤 9시40분께까지 조사를 받은후 귀가했다.

<>.이회장과 거의 동시에 도착한 구자경LG그룹명예회장은 이회장일행의
승용차행렬이 대검청사 현관에서 빠져나가지 않아 청사정면의 조형물앞에서
차를 내렸다.

구회장은 수행원 6명과 같이 청사현관까지 성큼성큼 걸어간후 사진기자들
에게 포즈를 취하지않은채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고희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의 구회장은 표정이 다소
굳어져 있었다.

구회장은 오후 5시45분께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여전히 함구하면서 가장
먼저 귀가.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은 이날오후 4시50분께 검찰청사에 출두해 8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은뒤 9일 0시50분께 귀가.

밝은 감색차림 양복을 입고 검은색 포텐샤 승용차로 청사에 도착한 김회장
은 유난히 밝은 웃음을 짓는 등 매우 여유있는 표정.

김회장은 조사실로 직행하기에 앞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 "귀국즉시 청사로
나왔다"며 조사를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외에는 나
자신도 모른다"고 응답.

검찰조사를 마친 김회장은 보도진을 피해 수행원들과 함께 검찰청 쪽문으로
황급히 빠져 나가려다 포토라인에서 대기중이던 사진기자들에게 들키는
해프닝을 연출.

김회장을 향해 달려간 사진기자들은 잠시 포즈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수행원들이 막무가내식으로 촬영을 제지하려다 카메라플래시 4~5대를
부러뜨리는등 한동안 사진기자들과 심한 몸싸움을 빚기도.

<>.검찰은 사전발표가 없었던 동방유량 신명수회장을 이날 오전에 이미
소환, 조사하고 있다고 전격 발표.

안강민중수부장은 이날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신회장을 8일오전 소환,
현재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며 "동방유량 계열사 명의로 돼있는 부동산의
매입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설명.

안중수부장은 "사전에 소환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 "정확한
소환시간이 언제냐"는 항의성 질문을 받자 "상당히 많은 취재진들이 지키고
섰는데도 왜 소환되는 것을 보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없다"며 오히려 웃음.

<>.연일 소환되는 기업총수들의 표정과 발언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속속 몰려드는 보도진과 기업총수를 보좌해 배웅나온 기업관계자들까지
합하면 대검청사는 서초동시대이후 최대의 인파로 북새통.

국내외 보도진 3백여명은 이른 아침부터 대검청사 현관과 로비에 장사진을
이루며 하루종일 온신경을 집중.

<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