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내외적으로 기업합병과 대형화논의가 무성하다.

"M&A"를 모르면 시대라는 조류에서 낙오라도 되는양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

기업경영에 관한 강연내용에도 이 "이슈"가 빠지면 별볼일 없게 된다.

은행도 미국 일본에서 엄청난 규모의 합병이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루어져서 은행의 대형화가 곧 국제경쟁력우위점령이라는 등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투에서 "란체스터"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른바 전력이승의 법칙인데 병력 화력의 적이 적을수록 손해가 배증하여
패전한다는 것이다.

일응 힘이 우세해야한다는 명쾌한 이론이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이용할수도 있다.

즉 아무리 수적으로 열세라도 전력을 분산하지 않고 중요거점을 집중공략
하여 승전하는 경우를 우리는 동서고금의 경험으로 충분히 보아왔다.

오히려 작은 조직은 지휘계통이 일사불란하고 간결하며 기동성이 우수해서
힘의 결집이 빠르고, 따라서 큰 조직을 이길수 있다는 역설적인 이론과
사실도 진리인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도 해당될것인즉 대기업 내지는 대은행이 합병하는 것은
어쩌면 자체내부적으로 형성된 모순에서 헤어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가
아니겠는가.

대형화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이미 어쩔수없도록 과다해진 인력, 거액의 고정투자내지는 부실
자산, 부의 문화등 비대해진 군살을 빼기 위한 몸부림에서 기업합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타당한 논리다.

인류의 조상은 약 7천만년전 백아기에 공룡들 그늘에서 기도 못펴고 살던
작은 포유동물이었다.

다만 몸집이 작아서 적응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공룡들이 멸종한 뒤에도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이다.

이 "다이나서스" 절멸증후군은 선사시대의 생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성
싶다.

기업이 커지다보니 불필요한 군살이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콩그로머리트"화한다는 것은 어쩌면 악순환의 확대재생산일수도 있는
것이다.

대형화만이 살길이라고 부르짖다보면 사회의 양면을 못보는 우를 범할수도
있다.

소가 대를 먹는다는 이웃 어느나라의 격언도 경우에 따라 음미해볼만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