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기업인들이 소환되기 시작하면서
금융계에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중앙투자금융에 예치됐던 1백2억원을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실명전환해
인출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은행 투금사등 금융기관의 관련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금융계는 "다음은 어떤 기업이냐"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93년10월 "이창수"란 가명으로 중앙투금의
어음관리계좌(CMA)에 예금됐던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1백2억원을
실명전환해 한 달 뒤 전액인출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중앙투금은
"비자금인줄 몰랐을 것"이라며 비자금 유치설을 적극 부인.

외환신용카드 회장으로 있다가 지난 8월 취임한 중앙투금 김연조사장은
이날 "비자금 실명전환당시인 93년9월 근무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 수 없으나 현재 김우중회장 개인명의로 된 예금은 한 푼도 없다"고
밝혔다.

93년9월 당시 수신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던 김갑진 전전무는 윤장수사장
등과 함께 지난 8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덕산그룹 부실채권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이철의원은 며칠전 김전전무 관리하에 중앙투금
본점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5백억원이 관리되고 있다는 제보내용을
폭로한 바 있어 김전전무의 비자금 관리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동국제강 계열인 중앙투자금융은 이용만 전재무장관이 지난 82년부터
3년간 사장을 재직한데다 평소에도 사채업자등의 뭉칫돈 거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비자금 거래와는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추정.

투금사 한 임원은 "1백2억원이나 되는 거액이 한번에 입급됐거나
임원지시에 의해 가명으로 들어왔다면 중앙투금이 누구의 어떤 돈인지
알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투금은 이에대해 "당시 실무자를 통해 거래경위를 알아보고 있으나
김전전무가 비자금 입금사실을 모른다는 전화를 회사에 걸어왔다"고 해명.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과 배종열전(주)한양회장이 3일 검찰에
소환되자 이들 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상업은행은 사건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

제일은행은 "정회장의 검찰소환은 이미 예정돼 있던것 아니냐"며
"한보그룹의 경영상태를 봐가며 여신을 지원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거듭 확인.

이에따라 제일은행 임원들은 예정된 일정을 수행.

그러나 실무담당자들은 정회장의 사법처리여부에 따라 한보그룹의 존립
자체가 문제될수 있다고 보고 여신현황등을 챙기는 모습.

한 관계자는 "담보가 충분해 아직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언.

상업은행은 배회장이 이미 (주)한양과 관계없는 인물이라며 애써
무관심한 분위기.

한 관계자는 "한양의 경영권이 이미 주택공사에 넘어간데다 배회장의
지분이 전혀 없어 한양의 경영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피력.

따라서 한양에 대한 여신도 전혀 재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

한편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중앙투금에 예치돼 있던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1백2억원을 실명전환한 것으로 확인되자 대우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바짝 긴장.

제일은행은 그러나 "설마 그룹차원에서별 문제가 있겠느냐"며 "대우그룹에
대한 어떤 조치도 고려하기 않고 있다"고 설명.

< 정구학.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