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금명간 착수될
것으로 알려진 2일 재계는 전경련의 경제계 중진회의를 하루 앞두고 부산
하게 움직였다.

재계에선 이날 노전대통령이 검찰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만큼 기업인
조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경련 회의를 계기로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점치는
낙관론도 여전히 팽배해 있는 상황.

<>.최종현회장과 황정현부회장이 해외출장으로 부재중이었던 이날 오전
전경련 전대주전무는 구평회무협회장을 방문해 3일 발표할 재계의 대국민
사과성명및 자정방안의 수위를 놓고 의견조율.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열되 회의후 대국민성명 형식의 발표문과 함께
회의때 총수들의 주요 발언내용을 언론에 밝힌다는게 전경련의 계획.

발표문엔 크게 <>비자금 파문의 "책임을 통감한다"등 반성의 뜻을 밝히고
<>앞으로는 깨끗한 기업 경영에 앞장설 것이며 <>김영삼대통령 취임이후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진 만큼 6공때의 사건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대정부건의 내용을 담을 예정.

<>.비자금 파문을 전후해 해외출장중이었던 주요그룹 총수들중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최종현선경그룹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참석키 위해 2일
서둘러 귀국.

이날 밤 9시39분 뉴욕발 대한항공 023편으로 귀국한 최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전경련회장직 사퇴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느냐"며
"그런 얘기를 한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6공의 대표적 특혜기업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노태우전대통령의 돈으로 선경증권을 매입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회장은 이어 "이제는 경제를 위해서 수습하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모든 것은 3일 재계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오후4시20분 도쿄발 대한항공 703편으로 들어온 이회장은
노전대통령에게 "성금"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돈을 준 것
같아요"라고 반문해 "성금제공"을 부인했다.

이회장은 또 왜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내일 전경련에
모여 좋은 생각을 만들어야죠"라고만 대답.

최회장과 이회장은 귀국과 동시에 그룹관계자들로 부터 비자금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등 사태추이에 깊은 관심.

최회장은 특히 밤늦게까지 정세영현대그룹회장 이삼성회장등 전경련회장단
주요멤버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재계 입장정리를 위한 의견을 교환.

반면 당초 이날 귀국예정이던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은 돌연 일정을 변경해
1일 저녁 중국에서 폴란드로 이동.

<>.전경련 중진회의에는 해외출장중인 일부 총수를 제외하고는 최회장을
비롯 구무협회장 김상하대한상의회장과 이동찬경총회장등 경제단체장과
정현대회장과 이삼성회장등이 참석할 예정.

또 구본무회장이 일본 출장중인 LG그룹은 구자경명예회장이 참석할 계획
이어서 이 회의의 비중을 짐작케 하기도.

전경련은 지난 1일 회의 개최사실을 통보하면서 사안이 사안인 만큼 대리
참석은 안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고.

회의엔 이밖에도 최태섭전경련고문과 김석준쌍용회장 조석래효성회장
김각중경방회장 신준호롯데부회장 김선홍기아회장 이준용대림회장 장치혁
고합회장 현재현동양회장 김현철삼미회장 장진호진로회장 최승진우성부회장
박용성두산부회장 정몽원한라부회장 조량호대한항공사장등 대부분의 주요
그룹 총수및 부회장 20여명이 참석한 예정.

<>.재계는 검찰의 노전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별 성과없이 끝나자 당초
예상과 달리 수사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며 "좌불안석"하는 모습.

대기업조사로 노전대통령의 수뢰사실을 역입증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예상때문.

또 재계는 검찰의 수사방법은 대기업그룹들을 일일이 조사하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조사장소는 은밀한 제3의 밀실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이에따라 노전대통령 비자금 운용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보
그룹과 "사돈그룹"들 이외에도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에 연관된 기업들은
잔뜩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예상신문내용을 계속 정리하며 도상훈련을
반복.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2일 오후 1시50분께 예정에 없던 당진철강공장
방문을 위해 서울을 떠나 당분간 검찰소환이 없을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거나
이미 검찰조사가 끝난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대두.

정회장은 이날 평소보다 다소 늦은 오전 9시50분께 사무실에 나와 평소와
다름없이 결제등 업무를 보다 점심식사뒤 갑자기 당진공장으로 향했다는 것.

정회장은 수행비서도 없이 승용차 편으로 당진에 내려갔다고 비서실
관계자는 귀띔.

<산업1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