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대회를 생중계하는 일본의 NHK방송을 시청하노라면 중간에
미국의 프로골프협회에서 내보내는 공익광고를 보게 된다.

코리페이빈선수가 뇌성마비의 어린 아이들과 농구를 하는 장면과
선수들이 상금 일부를 기부하여 세운 암연구센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연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끝으로 닉 프라이스가 코멘트를 한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미국의 PGA투어 경기가 거의 매주
있으므로 시청자들은 본의든 아니든 이와같은 광고를 보며 프로골프선수
들이 상금을 타서 먹고사는 일에 그치지 않고,인류공영을 위한 훌륭한
일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골프대회를 스폰서하는 회사들은 결국 간접적으로 이와같은
미국프로골프협회의 선행에 따라 기업이미지를 한껏 제고시키고
있다.

아울러 골프대회는 돈많은 자들만의 거드룸피우는 잔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유난히 많은 골프대회가 개최되었다.

국내선수들만의 우물안 잔치가 아닌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가함으로써
국제대회로서의 면모도 갖추기에 이르렀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프대회를 소폰서하는 회사들이 골프관련
중소기업체가 주종을 이루었음에 비추어 금년에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획기적 투자를 하면서 대회를 주최한 사실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지난 여름 춘천에서 개최된 패스포트오픈과 삼성그룹에서 지원한
몇개의 대회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경우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을 염려하여 기존에
있던 대회마져 사라져 버린 지난 몇해 사이의 일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이런 생각을하던 차에 필자는 삼성전자에서 스폰서한 삼성마스터즈
골프대회의 프로암대회에 참가했었다.

삼성마스터즈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린다는 사실과 기업체가
아닌 부산직할시가 직접 대회의 공식후원자라 사실이 골퍼로서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었다.

주최측의 배려로 대회당일은 물론이고 대회전 프로들과 연습라운드를
할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김해공항에서 동래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필자가 탄 영업용택시외
운전사는 텔레비젼에서 대회 선전장면을 보았노라고 하면서 자신도
가능하면 일요일에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 가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생 처음 골프를 하지않는 택시운전사와 부담없이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다.

프로암대회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동래에서 탄 김해공항행
택시운전사는 마침 영업용택시를 운전하기 전에 자가용운전사로 근무한
사실이 있었는데 그때 골프장에 자주 다녀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골프장에 가는 것을 사치하다고 흔히 말하지만
일반인들의 그런 생각은 그들이 골프를 너무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까지 하였다.

그 순간 삼성마스터즈대회관계자들이 최고의 대회라는 평을 듣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던 모습이 떠 올랐다.

필자는 택시운전사들의 그와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삼성마스터즈
주최측은 아마도 그들의 정성이 이처럼 빨리 세상에 퍼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비행기를 탔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