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31)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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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이 석굴 입구를 끼고 돌아 산길로 해서 일행을 안내하였다.
약간 산세가 거칠어 일행은 덩굴을 거머쥐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붙잡기도 하면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헤쳐나갔다.
그 산골짜기에도 시냇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형형색색의 꽃잎들이
물 위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물위에 떠내려가는 꽃잎들은 많아지고 물은 더욱
맑아 보였다.
그 맑은 물이 콸콸 굽이치며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 와서는 못을
이루기도 하였다.
못가에는 양편으로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중간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들이 섞여 있었다.
그 나무숲은 울창하여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 주변은 비로 쓸어놓은 듯 정결하기 그지없었다.
그 못을 돌아 좀 더 걸어나가니 홀연히 짙은 버드나무숲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그 버드나무들 사이로 띠처럼 구부러지고 붉은 난간이
달린 널 다리가 언뜻언뜻 보였다.
버드나무숲을 지나고 널 다리를 건너자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저쪽 건너편에는 산뜻한 기와집이 한채 서 있었는데 반듯한 벽돌들로
쌓은 담장과 깨끗한 기와들을 얹은 꽃담이 그 기와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산줄기의 중심 지맥들이 그 담장을 꿰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 이 집은 청량하게는 보이지만 정말 멋없이 싱겁게 생겼군"
가정이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다가 우뚝 멈춰섰다.
하늘로 치솟은 큼직한 바위가 눈앞을 떡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도 기암괴석들이 집채를 가릴 정도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 바위들 뿐, 그 집안에는 나무 한그루, 꽃 한포기 보이지
않았다.
갖가지 이상한 풀들만이 그 집의 구석구석을 뒤덮고 있었다.
덩굴을 길게 뻗고 있는 풀도 있고,사방으로 퍼져나간 풀도 있고,
산쪽에서 드리워진 풀도 있고,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있는 풀도 있었다.
어떤 풀은 지붕에서 뻗어내려 기둥을 둘둘 감싼 후에 섬돌을 틀어쥐고는
돌층계에 매달린 것도 있었다.
푸른 댕기처럼 나부끼는 풀, 금줄이 가닥가닥 드리워진 듯한 풀,
열매가 단사(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염료나 한방약에 쓰는 새빨간
빛의 광석)같은 풀, 꽃이 금계화같은 풀 등등 수많은 종류의 풀들이
집안에 가득 하였다.
그 풀들이 일제히 토해내는 향기는 그윽하기 그지없어 다른 범상한
꽃향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정이 그 향기에 취한 듯 벙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풀들이군. 그런데 처음 보는 것들이라 이름을 알 수 있나"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
약간 산세가 거칠어 일행은 덩굴을 거머쥐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붙잡기도 하면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헤쳐나갔다.
그 산골짜기에도 시냇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형형색색의 꽃잎들이
물 위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물위에 떠내려가는 꽃잎들은 많아지고 물은 더욱
맑아 보였다.
그 맑은 물이 콸콸 굽이치며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 와서는 못을
이루기도 하였다.
못가에는 양편으로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중간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들이 섞여 있었다.
그 나무숲은 울창하여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 주변은 비로 쓸어놓은 듯 정결하기 그지없었다.
그 못을 돌아 좀 더 걸어나가니 홀연히 짙은 버드나무숲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그 버드나무들 사이로 띠처럼 구부러지고 붉은 난간이
달린 널 다리가 언뜻언뜻 보였다.
버드나무숲을 지나고 널 다리를 건너자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저쪽 건너편에는 산뜻한 기와집이 한채 서 있었는데 반듯한 벽돌들로
쌓은 담장과 깨끗한 기와들을 얹은 꽃담이 그 기와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산줄기의 중심 지맥들이 그 담장을 꿰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 이 집은 청량하게는 보이지만 정말 멋없이 싱겁게 생겼군"
가정이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다가 우뚝 멈춰섰다.
하늘로 치솟은 큼직한 바위가 눈앞을 떡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도 기암괴석들이 집채를 가릴 정도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 바위들 뿐, 그 집안에는 나무 한그루, 꽃 한포기 보이지
않았다.
갖가지 이상한 풀들만이 그 집의 구석구석을 뒤덮고 있었다.
덩굴을 길게 뻗고 있는 풀도 있고,사방으로 퍼져나간 풀도 있고,
산쪽에서 드리워진 풀도 있고,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있는 풀도 있었다.
어떤 풀은 지붕에서 뻗어내려 기둥을 둘둘 감싼 후에 섬돌을 틀어쥐고는
돌층계에 매달린 것도 있었다.
푸른 댕기처럼 나부끼는 풀, 금줄이 가닥가닥 드리워진 듯한 풀,
열매가 단사(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염료나 한방약에 쓰는 새빨간
빛의 광석)같은 풀, 꽃이 금계화같은 풀 등등 수많은 종류의 풀들이
집안에 가득 하였다.
그 풀들이 일제히 토해내는 향기는 그윽하기 그지없어 다른 범상한
꽃향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가정이 그 향기에 취한 듯 벙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풀들이군. 그런데 처음 보는 것들이라 이름을 알 수 있나"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