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은행권에 예기치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보그룹이 금융실명제실시직후 93년 9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중 3백억
원을 그룹명의로 실명전환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편법 실명전환의 창구였던 동화은행과 한보그룹의 주거래
은행으로 1조원이상의 여신을 주고 있는 제일은행이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화은행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는게 관계당국의
해석이다.

한보그룹이 실명제실시후 차명계좌의 정확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인감등을 가져와서 실명전환을 요청했을 경우 은행은 거의 "자동적"
으로 실명전환을 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들도 "실명전환을 해준 동화은행은 아무 책임이
없다"며 "문제 있다면 거액비 실명예금의 실명전환 자료를 가지고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 국세청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세청에서 자금출처를 조사해 세금을 추징할 문제이지 실명제 위반
여부를 따질 일을 아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동화은행이 노 전대통령의 자금을 한보그룹에 실명전환해줄
때 은행 고위층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실명제 긴급 명령이외의 다른 법이나 도덕적인 책임까지
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보가 실명전환한 93년 9월은 안영모행장이 구속중으로 행장대행을
맡고있던 송한청전무가 은행감독원의 반대로 행장이 되지 못하고
대신 선우윤행장이 취임(18일)하는등 은행내부가 다소 어수선했던
때였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차명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신성우상무(현
제일금고부사장)도 도피중이었지만 당시 은행고위층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보그룹이 흔들릴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곳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쪽.

제일은행은 더구나 지난 6월 부도를 낸 유원건설을 한보측에 "선인수
후실사"방식으로 인수,11월 최종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있어 현재 실사
중에 있어 "이제 한보와 제일은행이 공동운명체가 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일은행은 한보그룹에 대한 총여신은 유원건설을 포함할 경우 총여신
약 2조5천억원중 40%정도인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원건설을 제외한 한보그룹 13개 계열사의 금융권여신은 지난 4월말
현재 1조9천5백11억원이며 이중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이 1조7천5백27억
원으로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여신은 6천3백99억원(한보철강 5천9백97억원).

또 유원건설에 대한 금융권여신 5천4백18억원(6월말현재)중 제일은행
여신 4천2백82억원을 포함하면 한보그룹에 대한 제일은행의 총여신은
1조6백억원선으로 늘어난다.

이와관련 제일은행 관계자는 "한보측에 알아 보니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말하고 있다"며 "이말을 끝까지 믿고싶은 심정"이라고 밝히는
등 매우 초조한 입장이다.

<>.한보그룹이 동화은행에서 거액의 예금을 실명전환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노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는 전혀 개입돼 있지 않던
산업은행은 혹시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모습.

산업은행은 한보그룹에 아산만철강공장 시설자금으로 2천7백억원등 모두
3천억원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는 상태로 한때 이같은 거액대출이 가능한
배경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던것.

그러나 산업은행측은 "철강산업의 성장전망이 있다고 판단해 자금을 지원
했을 뿐 다른 이유가 없다"며 "현대그룹등 다른 대기업들이 철강산업참여를
원하는 데서도 이를 알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

또 거액의 대출이 나갔지만 담보비율이 2백%를 넘는데다 철강산업참여
희망기업들이 많아 대출원리금회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게 은행측의
설명.

<>.노씨 비자금 파문사건에 한보그룹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각
보험사들은 한보그룹 계열사에 대한 대출현황등은 파악하느라 동분서주.

특히 대한보증보험은 문민정부이후 거래관계를 사실상 중단했다며 구체적인
계약인수금액에 대해선 함구하는등 민감한 반응.

한국보증보험은 현재 한보철강 139억원 상아제약 22억원 유원건설 4억원등
총1백9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보증등 각종보험을 인수한 상태로 향후
한보그룹의 거취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

대한보증보험관계자는 "정태수회장 개인돈은 많으나 계열사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며 "문민정부이후 거래관계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
라고 말했다.

대한생명도 한보철강 종업원퇴적립보험과 관련,60억원을 신용으로 대출해
주는등 한보그룹계열사 보험계약에 연계된 대출거래가 있는 몇몇 보험사들은
한보연루설에 전전긍긍.

한편 삼성 교보 동아등 대다수 보험사들은 과거 6공시절 수서사건등에
연루된 이후 한보와의 거래를 중단, 대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 안도
하는 표정들.

<>.리스업계는 한보철강등 한보그룹 계열에 총 2천억원 정도를 리스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산업은행 계열인 한국산업리스가 총 6백억원대(리스원리금 기준)로
가장 많아 한보그룹에 특혜대출 의혹을 사고 있다.

산업리스는 또 5백억원의설비자금을 한보철강의 아산공장과 상아제약에
지원해 주기로 돼있다.

한보그룹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외화리스자금을 쓰면서 부동산담보나 보증
보험없이 대부분 계열사 지급보증만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업계에선 "산업리스가 지난 7월 박만수 사장의 취임이후 원칙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자금변제가 의문시되는 한보그룹 계열사에 거액의 리스자금을
계속 대출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또 장기신용은행 계열인 한국개발리스도 한보철강에 5백억원의 철강공장
설비자금을 최근 2-3년간 집중지원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리스사 관계자는 "리스물건은 소유권이 리스사에 있기 때문에 한보그룹으로
부터 리스원리금을 못받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리스물건에 대한 감각상각등을 감안하면 한보그룹이 불량
거래처로 처리될 경우 리스업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

< 금융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