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법을 조금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사고방식이자 상술이다.

물론 그들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잘 나가고 있는 장사꾼"들이라면 반드시 이범주에 든다.

필수의 현장(지금은 거의 없어졌다)에서 경찰의 기습을 받았을때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기들만 체포된다.

고객들을 전부 피할수 있도록 할뿐 아니라 거래선에 대한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불지 않는다.

좋지 않은 예이긴 하지만 어쨌든 비합법적인 분야에 있어서도 그들은
상대방을 절대적으로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중국인들은 입이 무겁다.

진정한 장사꾼은 의를 중요시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중국인들은 "승낙이 가벼우면 미더움이 없다"는 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상인들의 신뢰성 부족을 탓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일단 투트를 결정한 다음엔 다른 투트에서 아무리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도 좀처럼 동요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한 도매상이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A라는 소매상에 현재 있는
제고품 전부를 팔기로 상담을 성립시킨후 그 가격보다 더 많은 값으로 전부
사겠다는 B라는 사람이 나타나도 A와의 상담을 취소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결정한 것은 내 운이니 할수 없지"라며 체념하듯 말하고 후자의
제의를 거절해 버린다.

실제로 별로 잘 알지 못하는 B와 비교해 볼때 A는 오랫동안 거래해
온데다가 그 마음도 잘 알고 있어 "안심"할수 있다는 점과 앞으로도 거래가
계속될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아도 A쪽이 훨씬 안정도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보다 큰 이익을 주겠다는 B의 눈앞의 제안을 거절하고 A를 택하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멀리할수 없는 시장이다.

앞으로의 장래는 바로 중국땅에서의 승부로 결정된다.

우리는 너무 자주 거래처를 바꾸며 남의 기존 거래선도 넘보기 일쑤다.

중국인들에게 "안심이라는 상품"을 팔때 그들도 우리들에게 "안심이라는
상품"을 준다.

장기적으로 볼때 이것이 이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