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은행들이 수신증가위주의
영업전략을 수정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은행에 예치됐던 92년,
93년 이후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수신 제일주의영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에따라 비자금예치당시 나타났던 <>돈세탁 <>차명계좌알선 <>거액예금
사오기 <>출처불문의 예금유치등이 일선영업점에선 아직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K은행영업점에서 섭외를 담당하고 있는 S대리는 "영업점직원의 능력은
예금을 얼마나 유치하느냐는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금유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S대리는 이어 "뭉칫돈은 속성상 출처가 드러나는걸 극도로 꺼린다"며
"이 돈을 유치하기위해선 차명을 알선해주고 뒷돈을 얹어주며 필요하면
부분적인 돈세탁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점장들의 경우 수신부진은 곧 좌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금을 유치하기위해선 위규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가 심한 영업점장은 자기집을 팔면서까지 "웃돈"을 얹어주며
예금을 사오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견할수 있다고 은행원들은 밝히고
있다.

한 영업점장은 "3-4년전에 비해선 수신지상주의 영업관행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은행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예금유치능력"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수신제일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은 "영업점평가"가 예금증가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꼽을수
있다.

은행들은 전국 영업점을 비슷한 규모로 나눠 6개월에 한번씩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 점수는 직원들의 인사고과로 작용한다.

이때 평가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게 바로 "경영종합평가 평가항목및
배정"이다.

평가표는 은행별로 약간 차이는 있으나 대개는 <>수익성 <>건전성
<>생산성 <>성장성 <>기반조성 <>경영관리항목으로 구성된다.

수신증가부문이 포함되는 항목은 생산성과 성장성이다.

실세예금증가도 신탁증가도 신용카드증가도 1인당 예금증가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생산성과 성장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점의 35-50%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기반조성부문이나 수익성부문도 수신계좌수증가율 종합통장
실적증가율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수신을 증가시키면 영업점 평가점수도 그에 따라 높아질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영업점장은 물론 영업점직원들도 수신증가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경영진의 "수신지상주의"사고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은행임원들은 대부분 예금을 끌어모으는데 두각을 나타내 현재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따라서 후배직원들을 평가하는데도 자신의 경험이 잣대로 작용한다.

물론 3-4년전에 비해 은행들의 수신제일주의는 많이 약화된게 사실이다.

은행감독원의 강력한 지시로 "수신목표할당"은 사라졌다.

또 수신증가정도의 배점이 영업점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대신 이익증가여부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다하더라도 수신제일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차제에 영업점평가항목을 수정하고 임원들도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게 은행원들의 지적이다.

세계적인 금융추세가 건전성확보와 이익관리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내적으로도 저금리추세가 정착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제
수신위주의 경영은 벗어날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원은 은행원대로 힘들고 비자금사건으로 실추된
은행의 공신력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