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자금융은 2백86억원이란 거액예금이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인줄
모르고 차명예금으로 유치했을까.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중 일부가 동아투금에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동아투금이 신한은행과 달리 비자금 관리에 "과연 엑스트라 역할만
했겠느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동아투금 관계자는 26일 "신한은행은 나응찬은행장이 상무와 서소문
지점장을 시켜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돈세탁한 뒤 관리해왔으나 우리
회사에선 돈세탁도 없었고 돈의 성격도 전혀 몰랐다"고 비자금 개입설을
발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투금이 문제의 돈이 비자금인줄 알고 숨겨줬을 의혹은
여러군데서 발견된다.

우선 당시 장한규사장이 다른 투금사를 제쳐놓고 6공 핵심인물인
이현우 전경호실장으로부터 거액예금을 유치한 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계에 능력이 있기로 소문난 장사장을 이전실장이
자발적으로 찾아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금전문가들은 금융계 사정을 잘 모르는 이전실장의 제3의
인물을 통해 소개받지 않고 직접 서울광교에 있는 동아투금 사장실을
방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장사장과 절친한 금융계 인사가 한일은행에서 아깝게 그만둔 장사장의
예금유치 실적으로 올려주기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추측이다.

설사 장전사장이 생면부지인 이전실장으로부터 거액예금을 받았더라도
"금융에 정통한 장전사장이 비자금인줄 몰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투금사가 아무리 많은 뭉칫돈을 거래하더라도 개인예금이 10억원만
넘으면 냄새나는 돈인지 금새 눈치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평직원이나 가족명의가 아닌 회사 임원의 이름을 빌려줄 정도라면
나중에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비자금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줬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에대해 동아투금의 한 임원은 "임원명의를 빌려준 것은 워낙 액수가
커탈세혐의 추적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금도 불법조성된 비자금이
아닌 외교공작금등을 위한 청와대 특별예산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주장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실장이 지난 91년5월부터 93년2월까지 2백68억원을 어음관리
계좌(CMA)에 넣는 과정에서 실제는 10억원짜리인데도 1억, 2억원짜리로
잘게 쪼개 분산입금한 점도 동아투금이 돈세탁에 개입했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손님의 수표와 바꿔치기등을 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은행에 들어있는 4백85억원의 비자금과는 달리 동아투금에 남아있는
2백48억원에 대해선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동아투금측의 주장도
석연치 않다.

지난 9월말 현재 투금업계 전체의 실명 미확인예금은 모두 2백93억원.

이중 동아투금이 가장 많은 문제의 2백48억원만을 유일하게 실명미확인
예금으로 유치해놓고 있다.

전국투자금융협회가 밝힌 지난 9월말 현재 투금사의 예금실명전환율은
99.9%.

동아투금이 의심을 받을 지도 모르는데 거액예금을 실명제 실시후
2년간이나 꼬박 비실명상태로 놔두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CMA계좌는 예금주의 동의없이도 만기가 자동연장된다.

하지만 이 회사 정창학 감사와 김종원상무가 세무조사를 받을 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남의 돈을 자신들 명의로 끝까지 보호해주려
했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 정구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