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SBS의 정치드라마 싸움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KBS가 역사드라마로
틈새시장을 노린다.

조선왕조 500년의 최대 격변기인 개항과 근대화과정을 다루게 될
역사극 "찬란한 여명"(이녹영 연출, 신봉승 극본)이 그것으로 KBS가
광복50주년 특집으로 지난 1년여에 걸쳐 제작해온 총100회분의 대작.

28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9시40분에 방송될 이 드라마는 작가
신봉승씨가 93년부터 지난6월까지 일간신문에 연재한 소설 "찬란한
비명"을 신씨가 직접 각색한 작품.

1866년 미국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변에 무단출몰, 통상을
요구하다 평양부민에 의해 몰살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굴욕적 개항을
맞게되는 과정, 그 이후 열강들의 이권쟁탈전, 임오군란, 갑신정변에
이르는 개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주요배역으로 명성황후역에 하희라, 대원군역에 변희봉, 박영효역에
이민우, 유홍기역에 이정길이 등장한다.

또 역사에 묻혀진 인물이지만 최근 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막후
비밀외교가 이동인역에는 김갑수가 출연한다.

제작진은 극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단순한 사건 나열식이 아닌 당시
개화파를 전면에 내세워 수구파와의 치열한 다툼을 중심축으로 그려갈
작정이다.

이 드라마는 기존 사극과는 달리 민속촌이나 스튜디오등 정적인
무대에서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생동감있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이 주목을 끄는 부분.

주요배경인 평양의 대동강변, 최대격전지였던 강화도 현장, 개항의
관문인 부산포와 제물포등의 모습이 오픈세트로 그럴듯하게 재현된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는 기존 사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제작비가 투여됐다.

지난 7월 서인천에서 촬영된 프랑스 함대의 재현 장면에는 무려
2억원이 들었을 정도.

기존 사극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차원의 사극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쉽게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작가 신봉승씨는 드라마의 중요사건에 직접 출연, 내레이션을
맡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