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동안 짓고도 완성하지 못해 지금도 계속 짓는 건물이 있다.

스페인의 바로셀로나에 세워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교회건물
이다.

설계자인 안토니 가우디는 73세를 일기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83년 건축현장을 찾았을 때 착공 1백주년 기념행사 간판이 보였다.

1883년 처음 지어진 부분은 매연에 찌들어 새까맣게 그을린 채 1백년의
역사를 증명하고 최근 시공된 곳은 밝은색을 띠어 대조를 이뤘다.

완성되지 않은 건물은 관광코스가 되어 적잖은 입장료까지 받고 있었다.

이 건물 지하실에는 모형제작실과 자료실이 있다.

모형제작실에서는 설계도를 보며 석고로 축소모형을 만들고 지상에서는
이 모형의 3배크기로 떠낸 콘크리트형을 쌓아 건물을 짓는다.

건축현장 어디에서도 H빔이나 철근을 찾아볼 수 없다.

철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백m이상의 첨탑을 조각작품처럼 쌓아올린다.

지상부분엔 콘크리트 없이 철제빔이나 와이어 중심으로 지어진 파리의
퐁피두센터나 뮨헨의 올림픽타운과 비교하면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자료실에는 세계각국 매스콤이 가우디건축에 대해 대서특필한 내용이 누구
에게나 잘 보이도록 보존되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건축인지 조각작품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조각과
건축이 조화를 이룬, 세계 어느곳에서도 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골동품같은
건물이다.

완성된 전면에는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과 동물의 상이 적절히 배치돼
이상향의 모습을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카타란문화권이라고 하여 스페인에서도 독특한 문화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는 곳이다.

피카소 달리 미로 타피에스등 20세기미술의 4대거장이 모두 이 고장 출신
이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바르셀로나외에 다른곳의 건물
설계는 아예 맡지도 않은 건축가이다.

새로 건축될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도 설계자와 시공자 모두의 자존심과
명예, 정성이 집약돼 사그라다 파밀리아 못지 않은 세계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