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차명계좌에 입급된 4백85억원이 10여개 시중은행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돈세탁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계좌추적작업이
활기를 띠기시작했다.

<>.수사주임검사인 대검중수부 문영호2과장은 24일 "4백85억원의
입금경로를 추적한 결과,이 돈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 단위로 쪼개진
뒤 다시 10억원대의 뭉칫돈으로 합쳐져 재입금되는 등 치밀한 돈세탁을
거친 흔적이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

문과장은 "지난 93년 2월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4백85억원이 입금되
기 직전 시중 10여개 은행에서 이들 뭉칫돈들이 돌다가 서소문지점으로
흘러들어왔다"며 노태우전대통령 측근의 주도면밀한 돈세탁과정의 일단
을 피력.

<>.검찰은 4백85억원의 돈세탁과정의 일부를 밝혀내긴 했지만 이 돈의
흐름도를 완벽히 추적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검찰은
여기에다 4백85억원외에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른 은행의 노전대통
령계좌에대해서도 수사해야 하는 만큼 장기수사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

문2과장도 "돈흐름을 추적하는데만도 1~2개월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물증확보를 위한 수사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

<>.검찰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시기에 대해 "아무런 물증없이 전직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느냐"며 노전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물증확
보가 우선임을 강조.

검찰은 이를 위해 현재 시중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미 받아놓은 상
태에서 차례차례가 압수수색이 들어가고 있다며 물증확보에 수사력을 집
중하고 있음을 강조.

<>.안강민대검중수부장이 계속해온 수사브리핑을 이정수수사기
획관이 맡기로 한데 대해 검찰주변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구구.그동안
대검은 대형사건이 있을 때마다 중수부장이 브리핑을 해온 것이 관례인
데도 전대통령 정치자금이라는 초대형사건의 브리핑을 수사기획관에 미
룬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해석이 중론.

법조계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이 브리핑담당자의 격을 떨어뜨린 것
은 검찰이 속도조절 또는 4백85억원범위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기 위한 신
호탄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

<>.6공비자금관리를 위한 계좌개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전청와대경호
실관리과장 이태진씨(49)가 오전 10시30분쯤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검찰
은 이씨에 대한 조사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라는 명함 한장이면 모든 것이 통하던 금융
계의 당시 현실에 비춰 계좌개설을 담당했던 이씨가 은행장과 독대,차명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라며 이씨에 대한 조사비
중을 우회적으로 설명.

이 관계자는 또 "이씨가 신한은행 계좌외에 또다른 시중은행에 차명계
좌를 개설,4백85억원이외의 비자금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이씨를 상대로 신한은행계좌외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
으로 언급.

<>.이날 검정색차림에 청색소나타를 타고 대검청사에 출두한 이씨는
그동안행적에 대해 "친구들과 놀다왔다"며 "신문에 자기이름이 오르
내려 사태를 알게 됐다"고 말해 사전 연희동측과의 접촉설을 강력 부인.

이씨는 비밀계좌수와거래은행을 묻는 보도진에 "잘 모른다,시킨대로 했
을뿐"이라며 자신은 핵심인물이 아님을 애써 강조.

<사회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